봉준호 특유의 감성과 유며, 빠르고 적절하게 통역
영화공부 이력 도움…"오스카의 MVP" 외신도 칭찬
[편집자] 결국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했습니다. 스스로 신기록을 깨며 세계 영화판을 흔들고 있는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사는 물론 92년 아카데미 역사까지 바꾸고 말았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기생충'의 열매와 함께 그 뿌리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토양 점검을 통해 '제2, 제3의 봉준호'를 기약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그는 언어의 아바타다."
칸영화제부터 아카데미까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관련된 모든 것이 관심을 얻는다. 그중에서도 '기생충' 팀의 전담 통역사 샤론 최(최성재)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샤론 최는 지난해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부터 각종 시상식, 해외 매체 인터뷰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봉 감독 특유의 재치 있는 말솜씨를 깔끔하게 전달해왔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왼쪽)과 통역사 샤론 최 2020.02.10 jjy333jjy@newspim.com |
사실 샤론 최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다. 올해 스물다섯, 한국 국적의 샤론 최는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한 영화학도다. 직접 단편 영화를 연출한 경험도 있다. 덕분에 샤론 최는 여느 통역사와 달리 영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봉 감독의 언어를 영화적 맥락에서 매끄럽게 통역할 수 있었다.
가장 화제를 모은 건 "The film is the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란 표현이다. 봉 감독은 '기생충' 홍보를 위해 출연한 미국 NBC '투나잇쇼'에서 "(우리 영화는)스토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다"고 말했다. 샤론 최는 이를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번역해 봉 감독의 속내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제77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당시 샤론 최는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봉 감독의 말을 "Once you overcome the one-inch tall barrier of subtitles, you will be introduced to so many more amazing films"라고 통역해 감탄을 자아냈다.
통역사의 실력이 뛰어난지 아닌지는 속도와 문장 구성능력이 좌우한다. 샤론 최는 화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적절한 단어를 배치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완성한다. 외국어를 공부해본 사람이나 자막에 관심이 많은 영화 팬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큼 수준급이다.
실제로 해외 유학생이나 현지인들에게도 그의 실력은 높이 평가받는다. 봉 감독의 의사는 물론, 남다른 순발력으로 미묘한 뉘앙스마저 정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샤론 최 통역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만뷰를 넘길 정도로 인기다. 해외 네티즌들은 샤론 최의 통역 영상만 따로 편집해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제35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최우수국제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오른쪽)과 통역사 샤론 최 2020.02.08 jjy333jjy@newspim.com |
해외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뉴욕타임스는 아카데미시상식 직후 샤론 최를 집중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샤론 최의 활약을 짚으며 "무대 위에서 샤론 최의 차분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샤론 최가)엄청난 팬덤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화 전문지 인디와이어는 그를 "오스카 시즌의 MVP(최우수 선수)"로 칭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그가 자신의 영화로 아카데미시상식 후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샤론 최에게 '언어의 아바타'(네티즌들이 부르는 샤론 최의 또 다른 애칭 '봉바타'도 여기에서 출발했다)란 수식어를 직접 붙여주기도 했다. 봉 감독은 "(샤론 최는)완벽했고 우리는 모두 그에게 의존한다"며 "샤론 최 덕분에 모든 캠페인이 잘 굴러갈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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