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는 무리한 '중징계'…"금감원 책임 회피에 불과"
차기 회장 인선 진행시…외부세력 개입으로 조직 흔들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최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내부통제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금감원이 무리하게 CEO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권한 남용'이란 지적이다. 이들의 주장에는 손 회장이 사퇴할 경우 진행될 차기 회장 인선에서 '낙하산'과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사진=우리금융]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를 '책임회피'와 '권한남용'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사모펀드 육성'을 강요해온 금감원이 최소한의 책임없이 금융사 제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제재심의 결과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내부통제 기준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법적 처벌 근거가 없음에도 CEO에 책임을 묻는 것은 권한남용에 해당한다"며 "이는 오히려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자율경쟁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심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노조가 금감원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데는 무엇보다 차기 회장 인선과 관련한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 출범 1년간 검증된 경영능력을 갖춘 손 회장을 대체할 수 있는 내부인사가 아직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차기 회장 인선이 진행될 경우 자연스레 '외부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윤종원 기업은행장 내정과 관련해 금융권에서 다시금 제기되고 있는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 역시 아직 대주주가 금융위원회 산하 예금보험공사로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높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아직 지주사 출범 초기로 그간 안정적인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준 손 회장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손 회장에 대한 노조의 지지 표명은 관치금융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 역시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자체가 그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