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개장 앞두고 유동성 공급 의지 밝혀
쇼크 불가피, 단 '단기 충격'에 그칠 것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불러올 중국 금융시장의 대혼란의 막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충분한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다음주 금융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우한 폐렴'이 불러올 대혼란을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난 2003년 불어 닥친 '사스 패닉'의 재현을 우려하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28일 중국 인민은행은 성명을 통해 "2월 3일 시장 개방 후 시장 안정을 위해 공개시장조작 등의 통화 정책 수단을 활용해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한 폐렴' 사태에 직면한 중국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 등의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결과다. 사스 사태 당시에도 중국 금융당국은 각종 금융 서비스 조치와 다양한 통화 정책 수단을 활용하며 시장 안정에 매진했고, 사스가 종식된 3분기 말까지 유동성 공급 및 신용대출 확대 등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2003년 상반기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전년동기대비 20.8% 증가한 20조5000억 위안에 달했다. 이는 1998년 이래 최고 수치였다. 당시 M2 증가율은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합한 것 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아울러 금융기관 대출도 늘어나면서 외화대출액은 15조9000억 위안을 기록해 연초 대비 1조9000억 위안 증가했다. 또 외화보유액은 3465억 달러로, 2002년 말 대비 601억 달러 늘었다. 위안화 환율 또한 달러당 8.2774위안 대로 안정세를 이어갔다.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2020.01.29 pxx17@newspim.com |
전문가들은 금융시장과 전염병 확산 추이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우한 폐렴이 중국 증시에 일정한 영향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스 사태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그 영향은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며, 일부 수혜 업종의 경우 반짝 급등세를 보이다 전염병 사태 종결과 함께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사례가 많은 만큼, 현명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투자 정보 플랫폼 쉐추(雪球)는 보고서를 통해 2003년 사스 발발 당시 A주는 몇 차례의 큰 하락폭을 기록했지만, 그 여파는 사스가 빠르게 확산되던 몇 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3년 3월 베이징에서 첫 번째 사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전염병에 대한 대처 경험이 부족했던 만큼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세계 경보를 발령했고, 이 기간 A주에서는 두 차례 큰 폭의 하락세가 나타났다. 이어 같은 해 4월 17일 금융시장이 패닉에 사로잡힌 당시, 중국 당국이 더욱 강력한 대응에 나서면서 1개월만에 전염병이 빠르게 진압됐고, 3개월 후인 2003년 8월 16일 중국 위생국이 사스의 종식을 발표하면서 점차적인 안정세를 찾아갔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당시 감기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판람근(板蓝根)과 훈초(熏醋)가 매진 사태를 이어가면서 백운산(白雲山 600332.SH), 항순초업(恒順醋業, 600305.SH), 해왕바이오(海王生物, 000078.SZ) 등의 의약 관련주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이들 테마주는 사스가 발발했던 상반기에는 급등했으나, 사스가 종식된 3분기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신건설(中信建投)증권 또한 보고서를 통해 '우한 폐렴'이 경제 전체의 흐름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단기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2003년 사스, 2009년 돼지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 사례를 볼 때, 전염병에 따른 패닉 사태가 절정기에 다다른 후 3개월 안에 주가가 평균 23%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염병이 지속적인 주식시장 하락을 불러오진 않을 것이며 "수주 내에" 매입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