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 유가와 구리 가격이 동반 하락해 주목된다.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2개 원자재가 함께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우한 폐렴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2003년 사스(Sars, 중증호흡기질환)보다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경기 한파 우려가 원유와 구리의 '팔자'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이 장중 0.4% 하락하며 톤 당 6081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구리 가격은 6주간 최저치로 후퇴했고, 최근 한 주 사이 낙폭은 약 3%로 확대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50일 이동평균선인 6067달러의 붕괴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상황은 유가도 마찬가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 급락하며 배럴당 55.05달러까지 밀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역시 장중 2.4% 떨어지며 배럴당 61.67달러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는 12월4일 이후 최저치로 후퇴했다.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와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와 구리값 동반 하락이 지구촌 경제에 적신호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우한 폐렴이 주요국으로 확산되면서 경제적인 타격을 우려한 트레이더들이 일제히 '팔자'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한 폐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과거 사스 당시보다 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뉴욕타임스(NYT)는 경제적 충격이 중국뿐 아니라 주요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악시코프의 스티븐 아이네스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중국의 원유 수요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폐렴 확산에 소비가 꺾이면서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한편 원유 수요도 꺾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다니엘 브리스만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폐렴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 경기 한파 우려가 번지면서 구리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격한 비관론도 제시됐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멈추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5달러까지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JPM 상품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우한 폐렴이 과거 사스와 같은 전염성을 드러낼 경우 유가가 배럴당 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에 따르면 이번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17명으로 집계됐고, 감염 확진 환자 수는 600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폐렴 발원지인 우한 시를 포함해 3개 도시를 긴급 폐쇄됐고, 자금성도 봉쇄하는 등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