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신격호 시대' 마주한 신동빈
한국-일본 롯데그룹 지주구조 개편 초점
미완의 '원-롯데' 완성에 박차...호텔롯데 상장·실적 개선 난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지난 19일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을 떠나 보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룹 총수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을 마주해야 한다. 굴지의 기업 오너로서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숙명인 셈이다.
특히 재계는 신 명예회장이 지난 50년간 롯데를 재계 5위로 일궈낸 만큼, 앞으로 50년의 기틀을 다지는 '뉴(new) 롯데' 완성을 향한 신 회장의 발걸음에 주목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2020.01.20 nrd8120@newspim.com |
우선 신 회장은 미완으로 남아 있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모두 아우르는 '원(one)-롯데'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이 최대 변수다. 주력 사업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도 신 회장에게는 극복해야 할 난제로 꼽힌다.
◆'미완의 원롯데' 퍼즐 완성하나...한일 지배구조 개선 '변수'
2015년 '형제의 난'에서 승리한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모두 이끄는 '원 리더'(one-leader) 경영체제를 확고히 해 왔다. 이에, 신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에도 신 회장의 경영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롯데그룹의 통합 경영권 유지를 위한 '원 롯데'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수는 적지 않다. '원 롯데' 유지를 위해서는 한일 지배구조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과거 롯데는 순환 출자구조가 복잡한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다. 2014년 당시 힌국 롯데의 순환 고리만 74만8000여개에 달할 정도였다.
경영권 분쟁을 겪은 이후 신 회장은 지난 4년간 줄곧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벌여 왔다. 순환 구조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롯데그룹의 뿌리인 롯데제과를 분할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을 지주로 편입시켜 지주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뉴스핌=홍종현 미술기자] 2020.01.20 cartoooon@newspim.com |
하지만 '원 롯데'의 마지막 퍼즐은 아직 미완성이다.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상장한 이후 롯데지주와 합병해야 그룹 지주 체제의 퍼즐이 맞춰지지만,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상장 절차를 밟지 못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롯데지주에 편입되지 않은 롯데건설(43.1%), 롯데물산(31.3%), 롯데상사(34.6%) 등 주요 계열사의 주요 주주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그간 호텔롯데가 상장을 못한 이유는 지분 구조에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19.07%) 등 일본 주주의 지분 비중이 99%에 달한다.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상장은 필수적이다.
◆호텔롯데 상장, 풀어야 할 문제 '여전'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려면 공모 증자를 해야 한다. 상장을 하게 되면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50%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다만 이럴 경우 호텔롯데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일본 주주들이 주식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롯데 경영진과 종업원, 관계사 등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 국부 유출 논란에 휩싸일 개연성이 크다.
롯데호텔 서울 전경. [사진=롯데] 2020.01.20 nrd8120@newspim.com |
또 의결권에 미치는 영향력과 향후 배당 받을 권리 등을 고려할 때 일본 주주들은 기존 대비 절반의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통해 지분을 사들인 개별 투자자들보다 약 절반의 주식을 가진 일본 주주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원 리더' 체제는 더욱 공고히 해지게 됐다"며 "호텔상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부 유출과 일본 주주들의 영향력이 여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신 회장이 이를 잘 해결해야 원롯데 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신동빈 앞에 놓인 난제 '실적'
실적 부진도 호텔롯데의 상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실적이 좋아야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기 때문.
호텔롯데는 면세사업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 사태 이후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2018년 이후 실적은 사드 이후로 회복 추세이지만, 면세사업이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과도한 마케팅·송객수수료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날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577억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 3436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룹을 떠받치는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부문의 영업실적 저하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는 롯데지주에게 '아킬레스건'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87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6%나 감소했다. 당기 순이익도 233억원 역신장해 적자로 전환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롯데] 2020.01.20 nrd8120@newspim.com |
롯데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도 실적이 나빠졌다. 롯데케미칼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줄어들어 3146억원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이 컸다.
신 회장도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0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절박함을 내비친 바 있다.
◆유통 '온라인' 화학은 '대규모 투자'로 실적 반등 꾀해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실적 개선을 위해 온라인 사업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쿠팡·티몬 등 이커머스업체에 뒤처져 있는 온라인 사업에 2022년까지 3조원을 투입해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는 올 상반기까지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7개 계열사의 통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롯데온'(on)을 출시해 고객 유입 효과를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향후 3년 후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투트랙 전략으로 티몬·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업체를 인수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본사 인력 10%를 영업 현장에 내려보내는 결단도 내렸다. 고객과의 접점을 극대화해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완공했다. 투자금액으로만 31억달러에 달한다. 또한 말레시아 법인 롯데케미칼타이탄에서 인도네시아에도 대규모 유화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23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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