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립현대미술관 올해 전시계획 발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미술사 정리와 북한미술 연구의 초석을 다진다. 국립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지 비판도 나오는 가운데, 국립 기관으로서 역할과 동시대 미술을 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전쟁을 예술학적으로 해석한 '낯선전쟁'전, 한국미술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승조·이승택의 전시도 볼 수 있다. 서예와 판화, 공예, 건축, 디자인 등 비주류 예술 전시도 기획했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관의 퍼포먼스 작품 '해와 바다(마리나)'를 초청해 한국에서 국제 미술계 흐름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강승, 미래의 상상들, 2020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1.09 89hklee@newspim.com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9일 서울관에서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계획을 밝혔다. 윤 관장은 '낯선전쟁'전에 대해 "7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쟁 진행형이다. 다만 이제 어느 정도 객관적 위치에서 전쟁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전시는 '미술적으로 전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중점적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이는 미술의 반대말을 전쟁이라고 한다. 국내외적으로 예술가는 전쟁을 어떻게 바라봤는가. 그리고 이러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다시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는다"면서 "전쟁이라는 주제가 다소 무겁지만 역사와 사회, 민족을 다시 보게 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폭넓은 시각으로 전시를 만들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수억, 폐허의 서울, 1952, 캔버스에 유채, 71.6x95.3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1.09 89hklee@newspim.com |
서예·판화·공예·건축·디자인 등을 주제로 한 전시를 통해선 장르의 확장 및 균형을 모색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첫 서예 기획전 '미술관에 書:한국 근현대 서예'가 덕수궁에 마련된다. 과천에서는 한국 현대 판화의 새로운 특성을 조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미디어로서의 판화'전, 1950~1970년대 한국 현대 공예의 확장과 전개 양상을 살펴보는 '한국 공예 지평의 재구성 5070'전, 서울올림픽(1988) 전후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의 건축·디자인을 중심으로 시각 문화 담론을 확장하는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올림픽 이펙트'전이 열린다.
윤 관장은 "5년간 크게 조명하지 않은 장르에 대한 전시를 올해 본격적으로 마련했다. 예를 들어 서예전이다. 개관 이래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공예전, 디자인전, 판화전 등 이른바 마이너 장르를 전시로 선보인다. 국가미술관이기 때문에 장르를 잘 안배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올림픽 전시와 관련해서는 "올림픽 관련 소장품을 우리가 다수 소장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을 일반이 잘 모른다. 소장품 연구가 전시 개최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시의 주제는 일반 회화가 아니고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해외 미술인 점 또한 전시 개최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우환, 동풍, 1984, 캔버스에 석채, 27x181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1.09 89hklee@newspim.com |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미술의 발신지로서 한국 거장의 작품 세계를 연구·조명하는 회고전 및 신작 전시를 통해 한국 중견·신진 작가를 지원한다. 박래현, 이승조, 이승택의 대규모 회고전이 각각 덕수궁, 과천, 서울에서 개최된다.
윤 관장은 이날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관의 퍼포먼스 작품 '해와 바다(마리나)' 전시 개최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임대근 학예연구관은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다. 작가와 전시 장소를 협의하는 과정이라 변동이 있을 거 같다. 퍼포머들의 초청비용 등을 다각도로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승연 홍보관은 "5일간 종일 펼쳐지는 퍼포먼스로 여름에 진행할 예정이다. 큐레이터, 작가와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다. 쓸 수 있는 예산, 공간은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윤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북한 미술에 대한 연구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북한 미술 특수자료인가기관으로 승인받았다. 윤 관장은 "서울관에 북한 미술 자료방을 만들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자료를 수집하고 비치할 수 있다. 연구자나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거다. 북한 미술 연구자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과 북한 미술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많은 토론을 했다. 상대방을 알아야 관련 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나. 연구를 위한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승조, Nucleus PM-76, 1969,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유족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1.09 89hklee@newspim.com |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4관(서울, 덕수궁, 과천, 청주)에서 선보이는 전시(아래 전시명은 가제)는 ▲낯선 전쟁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다원예술 2020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MMCA 융복합 프로젝트 2020 ▲미술관에 書:한국 근현대 서예 ▲미디어로서의 판화 ▲한국 공예 지평의 재구성 5070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올림픽 이벤트 ▲이승조 ▲이승택 ▲올해의 작가상 2020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서울관 상설전 2020+ ▲국제미술 기획전 ▲한국현대미술 지형그리기 ▲보존과학자 C의 하루 ▲MMCA 소장품 재조명 Ⅰ '88서울올림픽:미술로 세계를 담다 ▲해와 바다(마리나) ▲2020 아시아 기획전 '또 다른 나를 찾아서' 등이다.
일각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국제 현대미술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계 현대미술 동향에 대해 아카이빙은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윤 관장은 "근래 아카이브 자료 수집이 늘고 있다. 축적된 아카이브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면서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따라오지 않아서 내부 성과가 안 나타날지 몰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윤범모 관장 2020.01.09 89hklee@newspim.com |
이어 "지난해는 '전시가 너무 현대적이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는 반대다. 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다시 말씀드리겠다. 전시만 하는게 아니라 주제에 맞는 학술대회, 교육 프로그램, 부수적인 다양한 것을 다각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풍요롭게 전시 주제를 공유하는 마당을 많이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현대성, 동시대성에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게까지 과거 지향적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역사를 또 정리해야 미래가 펼쳐지지 않겠나. 함께 가는 건 기본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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