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발주 감소에 이란·미국 충돌도 악재
전문가들 "올해도 어렵다...실적 부진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지난해 건설사 해외사업 수주액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실적 부진이 점쳐지고 있다. 해외사업 발주가 감소한 데다 이란·미국 충돌이 심화되면서 국내 건설사 '텃밭'인 중동국가 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년간 부진을 겪어온 건설사 해외사업 수주가 올해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하반기 해외건설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80억~300억 달러(약 32조8000억~35조1200억원)로 예상됐다.
한 해외건설 현장 모습. [사진=뉴스핌 DB] |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 부진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 해외사업 수주액은 지난 2006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해외건설협회에서 집계한 수주액은 약 220억 달러(약 25조7800억원)였다. 이는 전년 동기(321억 달러) 대비 31% 감소한 수준이다.
물론 일각에선 해외건설 시장이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패키지 6·12' 공사(약 3조2000억원), GS건설의 태국 해외 석유화학 플랜트(2700억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새해 마수걸이 수주로는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총 6130억원 루사일 프라자 타워 공사를 낙찰받았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나이지리아에서 5조원대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 사업은 올해로 계약이 넘어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계약이 올해로 넘어왔기 때문에 올해 해외사업 수주액이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국가 발주사업이 국내 해외건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올해도 실적 개선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사업 중 중동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나머지 중 아시아국가가 30%, 유럽·미국·아프리카 등이 10%를 차지한다.
특히 이란과 미국 충돌이 장기화되면 주변 중동국가에서 추진하는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올해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Yanbu) 정유-석유화학 통합 복합개발(COTC) 프로젝트(25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UAE) 보르주4(Borouge 4) 석유화학단지(50억 달러), 등이 발주될 예정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은 "작년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에 이어 올해는 이란과 미국이 충돌하면 주변 중동국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건설사 해외사업 수주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전체 해외수주의 60%를 차지하는 중동국가 정세가 흔들리면 일부 대기업도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과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영향으로 국내 건설사 중에서 수주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지만 중동국가가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유가 상승도 오히려 중동국가 건설사업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실장은 "이런 식으로 유가가 오르는 것은 산유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생산요소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결국에는 중동국가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