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중국 정부가 이란 사령관 피살 사건을 놓고 러시아와 달리 대미(對美)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최근 이란, 러시아와 군사훈련까지 함께하며 반(反)미 공동전선 구축에 나섰지만 정작 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이 고조되자 발을 빼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일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하자 '매우 우려된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러시아처럼 '규탄한다', '강력히 비난한다'는 식의 직설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지역 안보 수호를 돕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는 "모든 당사국은 국제법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어조는 과거 중국이 중동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과 일치하지만 최근 러시아, 이란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12월 중국은 러시아,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미국을 겨냥한 첫 해군 합동훈련을 진행하며 밀착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또 러시아와 별도로 매년 연합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아시아에 대한 안보 정책을 조율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여차례 만났다.
중국이 이란 사령관 피살 사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합의, 사우디아라비이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란의 편을 들었다가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물건너 갈 수 있다. 이란의 적성국인 사우디는 중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중국인민대학의 시인홍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고, 이란에도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며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극하고 싶지 않아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과 이란 양측에 긴장이 고조되는 일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온건한 톤을 유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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