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협치·국익 사라진 국회에서 설 자리 없어"
"지도부 그 누구도 '책임진다' 얘기 안해 실망"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 소속)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판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인 여 위원장은 최근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법치와 협치,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환멸을 느껴 불출마를 결심했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상황에서 무책임했던 한국당 지도부에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 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02 leehs@newspim.com |
여 위원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국익을 무시한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않는 작금의 정치 현실, 나아가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고 간주하는 극심한 편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연동형 비례제와 선거법,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 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처럼 법치와 협치, 그리고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 이런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저에게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年富力强, 나이는 젊고 힘은 강함)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 뿐"라고 말했다.
최근의 패스트트랙 국면이 여 위원장의 불출마 결심에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다만 당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도 영향을 끼쳤다.
여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법안은) 당 지도부가 막아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에 말도 안 되는 악법들이 날치기 되는 현장에서 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으로 막아냈어야 했고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며 "그런데 당 지도부는 국회의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 걱정을 하고 있는 마당인데 '걱정하지 마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며 "이 부분에서 당 지도부에 심한 불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 의원들이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천권을 가지고 50%를 물갈이하네 어쩌네 위협적으로 하는 당 지도부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꼬집었다.
여 위원장은 "또 이런 여당을 막아내려면 자유주의 진영에서 큰 빅텐트 하에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데 그것 역시 당 지도부는 어떻게 추진하는지, 추진이나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국에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당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 의원들이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모두 가진 것을 내려놓고 빅텐트를 다시 쳐 당명과 당 진로를 거기서 결정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집권여당의 폭거를 막고 총선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당연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며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 당 지도부가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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