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계속되는 잡음과 논란으로 연말 가장 큰 축제로 손꼽히는 시상식이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한해 연기‧예능‧노래로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준 연예인들의 공을 축하하고 대중과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즐기는 자리가 방송사들의 준비 미흡으로 계속 구설에 오르고 있다.
◆ 부상부터 무대 중단까지…제자리걸음의 가요축제
연말마다 항상 곤욕을 치른 것은 바로 수많은 가수들이 출연하는 가요 축제다. 이전 지상파 3사에서 개최한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지금처럼 축제가 아닌 시상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다보니 일부 가수들에게 상이 집중돼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올해 열린 각 방송사들의 가요축제 [사진=KBS, SBS, MBC 홈페이지 캡처] 2019.12.31 alice09@newspim.com |
이에 지금의 '가요 대축제'로 포맷이 변경됐다. 이름처럼 시상을 모두 없애고 가수들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지상파 3사의 뜻이 담겼다. 전체적인 탈바꿈을 했지만 2019년도 잡음은 계속됐다.
먼저 지난 25일 열린 'SBS 가요대전'에서는 레드벨벳 웬디가 리허설 도중 리프트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웬디는 얼굴과 더불어 골반 및 손목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당시 SBS 측은 "사전 리허설 중 레드벨벳 웬디가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레드벨벳이 가요대전 생방송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돼 팬 여러분 및 시청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웬디에 대한 별다른 사과가 빠져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SBS 측은 재차 "부상을 당한 레드벨벳 웬디 씨는 물론 가족과 레드벨벳 멤버, 팬 여러분에게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와 관련,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SBS는 내부 조사에 착수했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틀 후인 27일에는 KBS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KBS 가요대축제'는 에이핑크의 무대를 도중에 끊는 사고를 저질렀다. 에이핑크는 '%%(응응)' 말미에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화면이 전환되면서 무대는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KBS 가요대축제'에서 갑작스레 무대가 중단된 에이핑크 [사진=KBS 가요대축제 캡처] 2019.12.31 alice09@newspim.com |
결국 에이핑크 정은지와 손나은은 각각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기분 좋게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모든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무대가 앞으로는 안전하게, 공평하게, 만족스럽게 펼쳐지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KBS 역시 공식 사과에 나서며 미흡한 준비에 고개를 숙였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31일) 열린 MBC의 'MBC 가요대제전'은 시작도 전에 가수 섭외 문제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예정된 일정으로 불참하게 되면서 같은 소속사인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여자친구가 출연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 이에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 불참에 대한 MBC의 '보복성 갑질'이라는 지적까지 일었다.
MBC는 보복 갑질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다만 "갑질은 있을 수 없다. 섭외는 PD의 재량"이라고 언급, 의심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평성 논란 끝에 연말 가요 시상식이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자리로 탈바꿈하는가 했더니, 경쟁 과열로 인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구색 맞추기는 그만"…무분별한 후보 선정
가요축제와 함께 연말을 장식하는 '연예대상'과 '연기대상'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요축제는 방송사들의 실수와 미흡한 준비로 가수들이 일침을 날렸다면, 이 두 시상식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김구라는 지난 28일 열린 '2019 SBS 연예대상'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이날 대상 후보에 오른 김구라는 후보 인터뷰에서 "제가 대상 후보인 것 자체가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은 어떨까 걱정이다. '연예대상'도 이제 물갈이를 해야할 때"라고 돌발 발언, 시선을 집중시켰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SBS 연예대상'에서 시상식 포맷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김구라 [사진=-SBS 연예대상 캡처] 2019.12.31 alice09@newspim.com |
이어 "대상 후보 8명을 뽑아놓고 아무런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1~2시간을 보는 것, 더 이상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지상파 3사 본부장들이 만나 통합해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실제로 '연예대상'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상 후보는 1년간 예능에서 활약한 수많은 스타들이 후보에 오른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후보 선정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오히려 의아함만 품은 채 연말 시상식을 시청해야 한다.
방송사와 시청자들이 생각한 대상 수상자가 어이없이 빗나갈 경우 또 다른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은 매년 끊이지 않는다.
이에 방송 관계자는 "많은 국민들이 지상파 3사의 가요축제나 연말 시상식이 불필요하다 느끼고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3사에서는 그 어느 것도 폐지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말 시상식과 가요축제는 방송사의 자존심이 걸려있고 자신들의 위엄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기에 폐지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대상 후보 선정의 경우, 프로그램 내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사람들이 오른다. 그러다보니 이것도 프로그램 제작진 사이에서는 경쟁이 될 수 있다. 방송사에서는 이미 수상자의 윤곽을 그려놓지만, 제작진의 서운함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많은 후보들을 올려놓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연말 시상식의 의미를 다시금 새길 필요가 있다"며 "조금은 소박해지더라도, 각 방송사에서 최선을 다해준 연예인들을 위한 장으로 다시 탈바꿈한다면 경쟁 과열에서도 벗어나고 무분별한 상들과 후보들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