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외교 이슈 복잡하게 얽혀…상황관리 중요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외교도 2019년과 같이 쉽지 않은 과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 비핵화가 꼬여버린 데 이어 한미, 한중, 한일관계 모두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했던 2019년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의 현안이 2020년엔 더욱 복잡하게 얽혀 '고차방정식'이 됐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photo@newspim.com |
◆ "2020년은 도전의 해…영민한 외교 필요"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31일 "2019년이 일종의 예행연습이나 맛보기였다면 2020년은 더 큰 도전의 해가 될 것 같다"며 "전반적인 세계 외교안보 지형의 불확실성이 커져 영민한 외교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선 지난해까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과이자 우리 외교의 최대 과제인 북한 비핵화부터 전망이 밝지 않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력갱생 장기전에 들어갔으며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역시 북미대화를 우선순위에서 미뤘다.
새해 초부터는 2018년 마무리하지 못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한미동맹 균열 우려도 나온다. 1월 중 미국에서 6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동맹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자세와 과도한 인상을 반대하는 한국의 입장차로 조기 타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박원곤 교수는 "만약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한미동맹의 새로운 어려움을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비핵화와 한미관계는 중국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어 더욱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은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등 더욱 북한에 밀착해 비핵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고 미국은 중국을 비판하며 복잡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 photo@newspim.com |
◆ "대화만으론 안돼…압박 병행해 협상 테이블로 北 끌어와야"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등 현안에서 양쪽의 선택을 강요받는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북한과 미국, 중국 등 최소 3국을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020년 최대 외교 과제인 북핵 문제는 북한만 바라봐서는 결코 풀리지 않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중관계를 복원해야 풀린다"며 "오로지 대화로만 해선 한계가 있고 압박을 병행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양자관계 만을 떼어놓고 보면 2020년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상반기 국빈방한이 확정적인 단계로 왔다.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한 2016년 이전의 한중관계가 복원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우수근 산동대 객좌교수는 "중국 측도 한중관계의 최대 과제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생각하고 원만하게 성사될 경우 정체된 한중관계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12월 한중정상회담은 예비회담이었다면 내년 한국에서 열릴 정상회담은 관계 회복 본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맹자·두보를 인용하며 마음을 사 좋은 씨를 뿌렸다"며 "이제는 청와대와 외교안보 라인의 참모들이 중국을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관리해 얼마나 좋은 수확을 거둘지가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19.12.24.photo@newspim.com |
◆ "압류 재산 현금화 작업 시작하면 초대형 악재…대화 모멘텀 살려나가야"
2019년 가장 큰 위기를 겪었던 한일관계는 여전히 강제징용이라는 큰 벽에 막혀 있다. 한일 기업과 양국 정부, 국민들이 참여하는 '문희상 안' 등 여러 해법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특별한 합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라 가해 기업 압류 재산 현금화 작업이 이르면 2020년 4월부터 이뤄진다면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 욱일기 사용,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 양국 감정을 훼손할 수 있는 요인들도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12월 중국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갈등을 확대하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재확인됐다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아직 뚜렷한 해법은 없지만 외교당국 간 채널이 가동되고 있고 우리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각하 결정으로 대화 모드는 지속적으로 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 하락, 7월 도쿄올림픽 등으로 한일 관계를 관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의 대화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살려나가 강제징용 해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