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받고 선거법 처리했다면 4+1 공조 균열"
"여당 관계를 선악구도로 본다…경직된 사고 아쉬워"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여의도 정가에는 한 가지 '신사협정'이 존재한다. 상대당에 대한 비판을 하더라도 급을 맞춰야 한다. 상대당 대표 비판은 당대표가, 원내대표 비판은 원내대표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중요한 정치적 협상을 앞두고 있을 때는 당대표를 특정하기보다는 당 이름을 뭉뚱그려 비판한다.
하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임기가 반년을 지나며 신사협정은 사실상 깨졌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이 열었다. 당대표부터 원내대변인까지 황 대표를 작정하고 비판하고 있다. 황 대표가 삭발에 단식, 청와대 농성 등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부터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31 leehs@newspim.com |
황 대표 취임 초기 여당 내에서는 새로운 야당 경쟁자로 경계하는 시선이 있었다. 독실한 종교인이자 모범생 이미지를 갖춘데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내각을 이끌어 봤다는 경험 덕이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야당 복은 타고 났다"는 우스개가 확실히 지배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황 대표가 '팬덤정치에 함몰됐다'며 '경직성'이 약점이라고 지적한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영논리에 함몰된 나머지 한국당의 외연이 줄어들었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의견이 갈린 보수 내에서 극우와 손을 잡은 만큼 중도층 지지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은 황 대표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과 연단 위에 올라서면서 더욱 확대됐다. 민주당의 한 4선 의원은 "극한투쟁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뭉쳐 정치를 실종시킨 장본인"이라며 "협상보다는 장외를 다니며 존재감만 부각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황 대표가 여당과의 관계 설정을 선악구도로만 보고 있다는 직언도 있었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들이 대화하고 협상하는 가운데 삭발을 하고 청와대 농성을 시작했다"라며 "정치를 너무 선악구도로만 보는 것인지 여당과의 대화를 어떻게든 피한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2.16 mironj19@newspim.com |
황 대표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4+1 공조에 대한 대응을 꼽았다. 그는 "이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본회의 가결에서 한국당이 빠져나갈 구멍은 많았다"며 "4+1 공조를 균열시킬 타이밍이 있었지만 이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4+1 공조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선거법이었다. 한국당이 공수처를 부분적으로 합의하고 선거법은 개혁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를 했다면 4+1 공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율사 출신의 다른 의원은 "정치력은 부족하고 사고의 폭은 좁으며 보는 시야도 넓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조국 사태'를 전후해 극단의 정치, 진영논리로 치달았는데 합의를 이뤄냈다면 새로운 리더십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며 "황 대표는 합의안을 뒤집는 역할만 했지 정작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진 못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황 대표 평가를 유보하는 의원도 있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지금까지 행보로 대선주자라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올해 총선이 황 대표의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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