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민간분양 아파트 거주의무기간 없어
'호반 써밋 송파' 전매제한 끝날때까지 전세 가능
거주의무기간 부여 주택법 개정안 국회서 '낮잠'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거주의무기간 없으니 청약 당첨이 되면 바로 전세 놓을 수 있는 거죠? 보유한 현금 다 합치면 3억 정도 되는데 전세 7억에 주면 되지 않을까요?"
위례신도시에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투기 수요가 대거 몰렸다. 최근 분양한 '호반 써밋 송파Ⅰ·Ⅱ'의 경우 실거주는 하지 않고 전매제한이 끝날 때까지 전세만 놓다가 시세 차익을 챙기려는 수요가 다수 포착됐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 아파트 임에도 거주의무기간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민간분양이라도 거주의무기간을 두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는 사이 막바지 투기 수요가 위례신도시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위례신도시 '호반 써밋 송파Ⅰ·Ⅱ'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지만 3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두 개 단지 1389가구 모집에 몰린 청약자는 총 3만4824명. 업계에서는 투기 수요가 상당수 몰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반써밋 송파 견본주택 모습 [제공=호반건설] |
현재 공공분양의 경우 거주의무기간이 입주 시점부터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만큼 실수요자들에게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민간분양' 아파트인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지만 거주의무기간은 없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르면 공공택지 거주의무기간은 공공분양 아파트에만 한정하고 있다.
공공택지 민간분양 아파트는 현재 중도금 대출 규제와 전매제한기간(8년) 설정으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세 차익이 커 이를 악용하려는 수요자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호반 써밋의 경우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4억~5억원 가량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됐다. 이 아파트 전용 108㎡ 분양가가 9억원 초반인 반면, 남위례 전용 110㎡는 최고 15억원에 거래된다. 전세는 7~8억원 수준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최소한의 자금만 있다면 입주 전부터 전매제한이 끝날 때까지 전세를 놓고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례신도시 내 전세 수요가 꾸준한 데다 향후 시세 상승이 유력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경우 수익을 내려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려 전세시장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된 바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 입주자에게 최대 5년 이내, 시행령에서 정하는 기간 동안 거주의무를 부여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토부는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이나 공공택지 내 상한제 적용 민간분양에 대해 분양가가 시세의 80% 미만인 경우 3년, 80% 이상 100% 미만이면 2년의 거주의무를 둘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간 이견이 크고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되면서 아직 상임위 통과도 하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국회 상황을 보면 개정안이 언제 통과될 수 있을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새 주택법 개정안은 공공택지나 민간택지 구분 없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는 모두 거주의무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민생법안이 하루빨리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