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담배꽁초로 만들어진 트리가 등장했다. 높이 5m, 직경 3m에 이르는 원뿔형 구조물의 이름은 말 그대로 '꽁초트리'. 알루미늄 철제 구조 위에 덧대어진 담배꽁초만 7만여개, 무게는 약 50kg에 달한다.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한 꽁초트리가 완성되기까지 지난 한 달간 자원봉사자 124명이 길거리에서 꽁초를 주워 붙이는 작업이 수반돼야 했다.
이들이 꽁초트리를 만든 이유는 트리의 부제에 함축적으로 나타나 있다. '티끌 모아 태산.'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들이 막대한 양의 폐기물로 쌓이고, 끝내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와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23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2시간동안 서울 강남구 KT&G 본사 앞에 높이 5m, 직경 3m '꽁초트리'를 설치, "담배꽁초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9.12.23. hwyoon@newspim. | |
◆담배꽁초 '미세플라스틱', 먹이사슬 거쳐 인체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담배 판매량의 3분의 2가 담배꽁초로 아무렇게나 버려진다. 약 4조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지는 셈이다.
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는 빗물이나 바람에 휩쓸려 하수구로 들어간다. 담배꽁초는 다시 하천과 바다로 유입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면 물고기나 조개 등이 이를 먹는다. 이 물고기나 조개가 포획돼 우리 식탁에 올라 인체로 들어가는 전형적인 먹이사슬의 수순이다.
담배꽁초가 해양쓰레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예상보다 큰 편이다. 국제환경단체 해양보존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여년간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3분의 1이 담배꽁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해양구조단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32곳의 해안 및 해저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담배꽁초가 전체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재활용 가능...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담배꽁초의 유해성과는 반대로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은 높지 않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시민들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담배꽁초가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월 흡연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7%(541명)가 '담배꽁초를 한 번이라도 길거리에 버려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담배 필터 성분이 플라스틱이며, 해양쓰레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아는가'라는 질문에는 63.5%(445명)가 '모른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플라스틱 폐기물 종합대책을 발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전 세계 해양쓰레기 1위'에 오른 담배 필터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담배 플라스틱 필터를 오는 2025년까지 절반가량으로, 2030년까진 80%까지 감소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유럽연합(EU)과는 대조적이다.
담배 필터 재활용 제도 도입과 플라스틱 필터 감축 유도 등 국가 차원에서 생태계 보전을 위한 움직임을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담배꽁초 중 종이와 담뱃잎 부분은 퇴비로, 담배 필터는 플라스틱 제품이나 가구 등을 제작하는데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 세계 담배필터의 90%가 플라스틱이 이용되는 상황에서 담배 생산 회사가 폐기물 처분 부담금으로 그 책임을 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생산자책임 재활용(EPR) 제도 도입 등을 추진,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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