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 위원장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정의 도출 실패"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 2차 정상회담 조기 종료 등도 실수"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현재의 교착상황에 이르게 된 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 책임도 적지 않으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고 2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WP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기회를 마련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싱가포르 회담에서 그가 최소한 2개의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면서, 그 뒤로 양측은 비핵화를 거론할 때마다 동문서답을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키지도 못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한 점이다.
매체는 미군조차 이러한 약속을 지킬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아 북한이 배신감을 느끼게 됐고, 여기서부터 대화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및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의 대가로 (한미 연합) 훈련 중단과 같은 대가를 받아낼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미국은 양측이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핵실험 중단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믿는 등 동상이몽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대북 정책 관련 실수는 이전 행정부서부터 비롯됐다면서, 조지 W.부시 전 행정부의 경우 2002년 플루토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국제 사찰단을 허용하게 할 수 있었던 합의를 무산시켜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2012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기로 동의한 '윤일 합의(Leap Day Deal)'를 결국 실패로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지속하면서 중국과의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운 점도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대중관세 부과가 북한 관련 미중 협력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며,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 대규모의 관광객을 보내고 제재 완화에 나서는 등 북한을 간접적으로 지원 사격해 미국의 대북 관련 '최대 압박 전략'의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실수'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서 업무 오찬을 취소하고 회담을 조기 종료해 김 위원장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전략은 부동산 거래를 마무리할 때나 효과적이겠지만 김 위원장처럼 자존심 세고 변덕스러운 독재자에게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이 더 강력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거나 자존심에 생채기만 내버렸다는 말들만 나오게 됐고, 결과적으로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은 화가 난 듯 보였으며 양국 관계는 그 뒤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며, 트럼프의 군사 위협도 2017년 같은 위협적인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과의 갈등으로 이전 수준의 대북 제재를 새롭게 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동시에 북한은 핵무기 실험에 다시 나서고 공격적인 벼랑끝 전술로 회귀하려는 모습이어서 비핵화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