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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중국에서 시작된 핀테크 열풍이 동남아시아·인도 등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은 금융과 IT를 결합한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금융기관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전통 은행과 금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매체는 이들의 자금 손실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로이터=뉴스핌] 백지현 기자 = 싱가포르 핀테크 무역박람회에 설치된 그랩 로고. 2019.03.21. lovus23@newspim.com |
◆ 전통 은행 위협하는 아시아 핀테크 스타트업
사모펀드·벤처 정보 전문기업인 아시안벤처캐피탈저널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지난 2016년 12월부터 벤처캐피탈과 민간 주식회사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은 신생 핀테크 기업은 약 800곳이다. 이 중 266곳은 중국, 190곳은 인도, 183곳은 동남아 국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시티그룹의 얀 메츠거 기업금융증권 아태지역 총괄 책임자는 아시아 핀테크의 시장이 다른 지역보다 12년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디지털과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800곳 가운데 일부 기업은 전자 결제·온라인 대출· 신용카드·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기존 은행들의 경쟁상대로 올라섰다. 실제로 중국· 동남아·인도의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은 상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가 지난 2014년 설립한 금융업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로, 이는 동남아 최대 금융그룹인 싱가포르 DBS의 3배에 달한다.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외 지역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파이낸셜이 동남아와 인도의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에 10억달러를 투자함으로써 핀테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내부 시장의 둔화와 국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밖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페이티엠에 등록된 사용자는 3억5000만명에 달한다. 미국 인구 수를 넘어서는 규모다. 페이티엠은 월별 사용자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1억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티엠은 전자 결제 외에도 금 매매·보험서비스·환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싱가포르의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마이택시'라는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했다. 현재는 동남아 8개국 339개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다. 앱 다운로드 횟수는 1억6300만회에 이른다.
그랩은 일본 소프트뱅크나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 중국 국부펀드 CIC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14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출범한지 7년만에 동남아 은행 시가총액 상위 15위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호치민 로이터=뉴스핌] 황숙혜 기자 = 베트남의 길거리 음식점이 모바일 전자 결제 안내문을 내걸었다. 2019. 10. 16. |
◆ 결제부터 음식 배달까지 가능한 '수퍼 앱'으로 고객 확보...자금 손실 우려도 있어
이처럼 핀테크 기업들이 고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금융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랩은 전자결제 시스템인 '그랩페이'와 함께 '그랩카'와 '그랩택시'를 통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료품 쇼핑이나 음식 배달도 가능하다. 또한 중국 온라인 보험사 종안보험 자회사인 ZA인터내셔널과 협력을 통해 디지털 보험으로 금융 사업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루벤 라이 그랩파이낸셜 대표는 결제부터 음식배달까지 가능한 그랩을 "수퍼 앱"이라고 칭했다.
반면, 전통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비효율적 서비스 운영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은행 이용자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홍콩 시민 82%가 은행 이용하면서 불편함을 겪은 적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시민들도 각각 71%, 65%가 불편함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PwC는 고객들이 주로 오랜 대기 시간과 열악한 온라인 서비스로 인해 불만을 느꼈다고 밝히며 이러한 부정적 경험이 은행 계좌 개설 여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위기를 느낀 일부 대형은행들은 핀테크 기업과 손을 잡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시티은행은 자사 신용카드를 중국 결제 플랫폼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그랩과 공동 브랜드 신용카드인 '시티 그랩' 카드를 출시했다.
물론, 핀테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있다. 신생 기업이다보니 고객 유치에 쓰이는 자금이 상당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난 9월 페이티엠은 2019회계연도 순적자가 5억59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2억1000만달러에서 두 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반면, 연 수익은 4억3000달러에서 4억5600만달러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쿼르츠는 신생 핀테크 기업들이 마케팅과 새로운 라이선스 획득을 위해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며 그정도로 지출을 하지 않는다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