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정크본드 시장의 과열에 대한 경고가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 정크본드가 연초 이후 14%에 가까운 랠리를 연출했고, 중국 역시 디폴트 급증에도 하이일드 본드의 매수 열기가 뜨겁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자들은 반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정크본드의 프리미엄이 추가로 하락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미 디폴트 직전의 CCC 등급 회사채의 상승 열기가 꺾였고, 이는 내년 말까지 가파른 스프레드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18일(현지시각)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이 3.51%를 기록,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당 채권의 동일 만기 미 국채 대비 스프레드 역시 164bp(1bp=0.01%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말 대비 BB 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1%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AA 등급 채권 대비 스프레드는 약 1년 사이 3%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정크본드는 13.5%에 달하는 상승 열기를 연출했다. 상황은 유럽과 중국도 마찬가지. 특히 중국은 위안화 표시 회사채만 연초 이후 디폴트가 1307억위안(187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기록인 1220억위안을 넘어섰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사자'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월가의 구루들은 정크본드 시장이 내년 정점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11년 전 미국 금융위기를 점쳤던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정크본드 매도를 권고했다.
내년 경기 침체 리스크가 한풀 꺾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올들어 고수익률을 앞세운 정크본드의 상승이 지나쳤고, 하락 압박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투자 매체 배런스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정크본드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CCC+와 CCC 및 CCC- 등급의 회사채가 그 밖에 하이일드 본드에 비해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투가등급 채권 전반에 대한 적신호라는 진단이다.
도이체방크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정크본드 사이에 탈동조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 기류가 꺾이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내년 말까지 국채 대비 정크본드 회사채 스프레드가 현 수준에서 최소 1%포인트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올렉 멜레티에프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크본드 시장의 잔치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지만 음악 소리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하위권에 해당하는 BBB 등급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내년 주요국 경제 성장이 강한 회복을 보이지 않을 경우 해당 채권이 정크로 강등되는 이른바 '추락 천사'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BBB 등급 회사채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크등급 채권 역시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뱅가드 그룹의 조우 데이비스 투자 전략 그룹 헤드는 "노련한 투자자일수록 신용 스프레드가 좁혀질 때 방어적인 전략을 취한다"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