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무역 마찰과 경기 침체 리스크 속에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을 높였던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이 실탄을 공격적으로 쏘기 시작했다.
현금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주식을 사들인 것.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월가의 황소상 [사진=블룸버그] |
관세 전면전이 진정된 따른 안도감이 번진 데다 중국과 독일 등 주요국 경제 지표가 훈풍을 낸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실시한 펀드 매니저 서베이 결과 월가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이 4.2%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5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BofA의 '불 앤드 베어' 조사에서 투자자들은 향후 주가 움직임에 대해2018년 4월 이후 가장 강력한 강세 전망을 내놓았다.
경기 전망도 낙관적이다. 향후 12개월 사이 경제 성장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후퇴 전망을 29% 앞질렀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경기 하강 전망이 50% 높았지만 펀드 매니저들의 시각이 크게 역전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침체 리스크를 경고한 의견보다 68% 높았다.
낙관적인 경기 전망은 주식 베팅으로 이어졌다. 서베이에 참가한 투자자들 가운데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을 취하는 이들이 축소 전략보다 31%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BofA 글로벌 리서치의 마이클 하트네트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황소가 귀환했다"며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증시는 연초 이후 27%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가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겼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증시에 상승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CNBC는 투자자들이 채권 펀드에서 자금을 빼는 한편 주식 이외에 원자재를 포함한 경기 민감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식시장 내부적으로도 경기 방어주에서 IT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와 신흥국 주식의 비중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소식이다.
월가 구루들 사이에서도 강세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루트홀드 그룹의 짐 폴슨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 S&P500 지수가 15%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증시가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경기 훈풍이 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한편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ASR)의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앞으로 12개월 침체 가능성을 40% 미만으로 판단했다. 이는 한달 전 53%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ASR의 데이비드 바워스 리서치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의 경기 전망이 급변했다"며 "채권보다 주식을 크게 선호하는 움직임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내년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