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두바이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11일(현지시간) 오전 사우디 주식시장인 타다울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 공식 데뷔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람코 주식의 최초 거래가는 35.2리얄(약 1만1550원)로 공모가인(32리얄)에서 일일 상한인 10% 올랐다.
거래 첫날에만 기업가치가 1조8800억달러(약 2246조360억원)로 상승해, 현존 최고로 기록됐던 애플(1조2000억달러)을 가뿐히 제쳤다. 또한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세계 톱 5위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토탈·로열더치셸·셰브론·브리티시페트롤리엄을 합친 것보다 많다.
아람코 주가가 내일도 10% 상승하면 기업가치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당초 목표한 2조달러(약 2389조4000억원)를 넘어서게 된다.
사우디 아람코 주식거래 첫 날 투자자들이 사우디주식거래소 전광판에서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람코는 지난주 지분의 1.5%를 공모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인 256억달러(약 30조5843억원)의 공모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로 알려졌던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의 기록을 갈아엎은 것이다.
아람코 상장에 힘입어 이날 사우디 리야드 주식시장 규모도 세계 10위 안에 진입했다. 리야드 증시는 초반 0.9% 올랐다.
이날 아람코 주식거래는 타다울 개장 30분 후부터 시작했다. 거래 활동이 매우 높을 것을 예상해 개시 입찰을 위해 추가 시간을 확보한 것이다.
야시르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과 타다울 고위 임원들이 아람코 거래의 시작을 울리는 종을 울린 지 1시간 만에 7억6680만주가 거래됐다.
아람코는 내주 타다울지수에 편입되고 이 달 말 모건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과 FTSE 등 글로벌 지수에 편입된다.
아람코의 데뷔에 맞춰 사우디는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감산 합의체인 OPEC+의 감산 확대를 추진해 성사시켰다.
사우디는 당초 아람코 지분의 5%를 국내외 주식시장에 상장하려 했으나, 유가 하락과 석유시설 공격 등 지정학적 악재가 겹쳐 외국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뉴욕과 런던에서의 로드쇼를 취소하고 타다울 상장만 추진했다.
아람코의 공개 지분 1.5%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에 각각 0.5% 및 1%씩 할당됐다. 개인 투자자 공모에는 사우디 국민 4분의 1 가량인 500만명이 참여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석유장관은 지난주 로이터에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공모가인 1조7000억달러 이상이라고 믿는다며, "후에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손톱을 물어뜯는 광경을 즐겁게 감상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산유량의 10%를 생산하는 아람코는 사우디 왕가의 경제적 기반이다. 올해 1~9월 순이익은 680억달러, 매출은 2440억달러로 각각 애플의 2배 및 1.4배에 달한다.
사우디 왕실은 아람코 기업공개로 얻은 자금을 석유 의존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경제 현대화 계획 '비전 2030'를 추진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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