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자회견 일정을 돌연 취소해 관심을 끌고 있다.
NATO 회담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한 이후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낸 그는 덴마크 정상과 회동을 마지막으로 귀국길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회의에 참석했다가 일정을 축소하거나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성향이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포함한 일부 국가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뒷담화'를 나누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NATO 정상회담 종료 후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이 같은 입장 발표는 트윗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트윗에서 "독일과 터키에 이어 방위비 분담금 2% 목표치를 달성한 국가 정상과 회동할 예정이며, 이어 덴마크 및 이탈리아 정상과 만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진 트윗에서 "덴마크 정상과 회동을 마지막으로 NATO 일정을 종료하고 워싱턴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회담 종료 이후 기자회견은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NATO 정상회담에서 주요국 정상들 사이에 나타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CNBC에 따르면 3일 밤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그리고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가 모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속닥거리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
특히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없던 즉흥적인 기자회견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 내용이 동영상에 생생하게 담겨 회담에 참석한 각국 인사들의 시선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뤼도 총리를 향해 위선자라며 일갈한 것. 그는 "트뤼도 총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 그는 위선자"라며 "아마도 GDP의 2% 방위비 분담금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빈정이 상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동영상에는 존슨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회동에 늦은 이유가 40분간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기자회견 때문인지를 묻는 장면도 담겼다.
정상들은 속닥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등 뒤에서 험담을 했다가 들통난 셈이 됐다.
이날 트뤼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회담을 가졌고,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런던에서 짧은 일정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의 무역 관행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화염과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중국과 1단계 합의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EU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 대해서도 강하게 불만했다.
또 방위비 2% 분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 대해 통상 측면에서 대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