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일명 관세맨을 자칭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파 행보를 취하자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잠시 주춤했던 경기 침체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연내 1단계 무역 합의가 불발되면서 당장 15일 추가 관세가 시행될 여지가 높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 주요국과 유럽까지 정조준하자 금융시장은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무역 해법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뉴욕증시와 국채 수익률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 중국, 유럽, 남미까지 관세 전면전 재점화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연기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오는 15일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5% 추가 관세가 강행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연내 합의가 성사되면서 추가 관세가 유예되는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매파 발언에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다.
최근까지 그는 중국과 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1단계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며 낙관했지만 입장을 돌연 바꾼 셈이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재개와 프랑스의 이른바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까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기 한파를 진화하는 데 무게를 뒀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이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미국이 24억달러 규모의 프랑스 와인에 대해 최대 100%에 달하는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프랑스는 EU 차원에서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매파 행보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NATO 연설에서 "EU가 매년 미국과 무역에서 1000억~1500억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뭔가 공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NATO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무역 측면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부담과 무역 정책을 연계시키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일그러진 표정의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월가 다시 고개 든 침체 경고 = 미국을 축으로 주요국의 관세 전면전이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자 월가 구루들 사이에 경기 침체 경고가 다시 번지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SG)은 미국 경제가 내년 침체에 빠지면서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2020년 말 1.2%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기 조정을 마무리한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한파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1%포인트에 달하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플루리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종료되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자산이든 협상 타결을 기대하고 베팅했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통하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교수 역시 1단계 합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장 15일 추가 관세가 시행될 경우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 트린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시행하면 산타 랠리를 죽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는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다음 침체에 미국 주식시장이 최대 20% 폭락하는 한편 달러화도 곤두박질 칠 것"이라며 "주가 급락이 주요국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