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오는 5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회의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내년 원유 공급 및 국제 유가 향방이 이번주 산유국들의 회의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내년 3월로 종료되는 기존 감산 계획의 연장 및 감산 폭 확대 여부에 월가 트레이더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감산에 적극 앞장선 사우디 아라비아의 매파 행보 가능성과 러시아의 감산 이행 의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OPEC 회의와 관련해 5가지 관전포인트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기존 감산 계획의 연장 여부다.
하루 120만배럴을 목표로 한 감산 프로젝트는 내년 3월 말 종료된다.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은 감산 연장 및 감산 규모 확대 여부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현 수준의 감산이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UBS는 보고서에서 "기존의 감산 계획을 이행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결론"이라며 "산유국들 사이에 충돌을 최소화하는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가 매파 행보를 취할 가능성도 부각됐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앙골라 등 일부 산유국들이 목표치보다 더 큰 규모로 감산을 단행한 데 반해 러시아와 이라크 등 일부 국가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사우디가 이번 회의에서 감산 목표치에 미달하는 산유국들을 압박하는 한편 합의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국가의 부담을 더 이상 떠안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을 던질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 제기됐다.
다만, 이 경우 석유 공룡 업체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유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FT는 전했다.
러시아의 감산 이행 의지도 트레이더와 석유 업계가 주시하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유가 폭락을 계기로 사우디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러시아는 기존의 감산 합의안 이행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추가 감산에 반기를 들고 있다.
현 수준에서 원유 공급을 축소해 유가를 끌어올릴 경우 경쟁국에 반사이익을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 러시아 업체들의 주장이다.
루크오일은 2020년 3월 이후에도 감산을 연장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주 OPEC 회의의 최종 결과에 러시아가 커다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OPEC+ 외부 산유국들의 공급 확대 가능성과 내년 전세계 원유 수요 둔화 역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이 내년 비회원 산유국의 공급 확대로 인해 복병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스탠다드 차타드는 미국의 원유 공급이 내년 시장 전반의 핵심 변수라고 주장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은 데이터 집계 이후70년만에 처음으로 원유 순수출국으로 부상했고,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밖에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가 난기류를 타는 가운데 내년 경기 한파가 재개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