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구역 구제 후 급경사지에 정지한 볼이 저절로 구르면 다시 페널티 구제 받아야
연못 옆에서 플레이스할 땐 잔디 촘촘하거나 비교적 평평한 곳 고르면 낭패 막을 수 있어
Q: 볼이 페널티구역에 들어가 측면 구제를 받는데 드롭할 곳이 경사지입니다. 두 번 드롭 후 가까스로 플레이스했는데요. 샷을 구상하기 위해 퍼팅그린에 갔다온 사이에 정지해있던 볼이 저절로 굴러 물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A:[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종종 볼 수있는 일입니다. 특히 그린 주변에 연못이 있고, 연못 주변이 경사지인데다 잔디가 듬성듬성 난 곳이라면 황당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경사진 곳에서 드롭한 볼이 두 번 구제구역을 벗어나면 플레이스해야 한다. 플레이스한 볼이 정지한 것처럼 보이다가 조금 후 저절로 굴러 물속으로 들어가면 다시 페널티 구제를 받아야 한다. 경사지에서는 볼이 더 구르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지점에 플레이스하는 것이 뜻밖의 페널티를 막는 길이다. [사진=R&A] |
지난 2월3일 미국PGA투어 피닉스오픈 4라운드 때 일입니다.
리키 파울러가 11번홀(파4·길이483야드) 그린 앞에서 시도한 칩샷이 그린을 넘어 그린 뒤 페널티구역(연못)에 빠졌습니다. 1벌타 후 측면 구제를 택했는데, 두 번 드롭한 볼이 모두 구제구역을 벗어나 두 번째 드롭할 때 볼이 처음 지면에 닿은 지점에 플레이스했습니다. 플레이스한 볼이 정지한 것을 확인한 파울러는 다음 샷을 가늠하기 위해 퍼팅그린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정지한 줄 알았던 볼이 굴러 연못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파울러는 황당해했지만, 경기위원 입장에서는 규칙대로 판정하는 수밖에요. 인플레이볼이 자연의 힘(중력·바람 등)에 의해 움직였으므로 페널티 없이 볼이 멈춘 지점에서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골프 규칙 9.3>. 파울러의 볼은 다시 페널티구역에 들어간 것이고, 그는 또 1벌타 구제를 받아야 했습니다. 파울러는 여섯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후 1퍼트로 홀아웃해 트리플 보기를 했습니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이상한 트리플 보기' '특이한 벌타'라고 표현했습니다만, 일련의 과정은 규칙에 따라 정확히 처리된 것입니다.
지난해 베어즈베스트청라CC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때에도 한 외국 선수가 이런 해프닝을 겪었습니다.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파울러는 그러고도 2타차 우승을 했기에 망정이지, 많은 대회에서 그렇듯이 1타차로 우승과 2위가 갈린다면 얼마나 억울해 했을까요? 불운을 탓하기에 앞서 골프 규칙 지식이 탄탄하다면 이같은 불의의 페널티는 막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드롭한 볼이 두 번이나 구제구역을 벗어나면 플레이스해야 합니다. 경사지이기 때문에 플레이스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처음 플레이스한 볼이 그 지점에 멈추지 않으면 그 지점에 두 번째로 플레이스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플레이스한 볼이 멈추면 다행입니다만 안 멈출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럴 경우엔 그 지점이 아니라, 볼이 멈출 수 있는 곳으로, 그 지점과 가장 가까운 지점(홀에 가깝지 않은 곳)에 플레이스해야 합니다. 이 때 볼이 확실히 멈출 수 있는 지점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플레이스한 볼이 저절로 구르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잔디가 촘촘하고 긴 곳, 경사가 상대적으로 덜 한 곳을 고르면 좋겠습니다.
올해 초 세계적 선수도 당한 일입니다.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지 마시고, 이런 경우에 플레이스할 때에는 주위를 잘 살펴 엉뚱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요?.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