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 통일부 차관, 뉴스핌과 단독 인터뷰
"북핵 제거하려면 북한에 체제 안전보장 해줘야 가능"
"美, 교환할 칩 안주면서 비핵화 안한다고 말해선 안돼"
"北 '새로운 길', 무력시위 아냐…협상 안 하겠다는 것"
[서울=뉴스핌] 이준혁 정치부장 노민호 기자 = 지난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는 비핵화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북미 간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모호한 대화 조건을 내세우며 미국의 '셈법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북미 간 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은 이제 불과 한달도 남지 않았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미협상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하는 이유와 관련,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호 통일부 차관. |
◆ "미국의 주장,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틀, 현실적으로 성립 안 돼"
서 차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비핵화를 하려는 게 아닌, '나를 바꾸려 하는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차관은 이어 "북한은 핵을 체제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긴다"며 "약소국의 가장 큰 유혹이 비용이 적게 드는 핵을 하나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북핵을 제거하려면 (체제 보장이라는) 안전대책을 줘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게임이 안 풀린다"고 강조했다.
서 차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그동안 대북협상에 있어 주장해 온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틀이 현실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교환할 칩 안주면서 북한이 비핵화 안한다고 계속 말해선 안돼"
서 차관은 "교환할 수 있는 칩은 안 주면서 북측이 비핵화 할 생각이 없다고만 얘기해선 안 된다"며 "냉정하게 거기에 대한 상응조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차관은 북한의 '선행조치'인 풍계리 핵시설 폭파, 미군 유해 55구 송환 등을 언급하며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놓고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은 것,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굉장한 위협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한테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직접 얘기했다"며 "거기에 대해 체제 안전보장을 해달라는 것인데, 그 것을 해주지 않으면서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내놓으라고만 생각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김정은 국무위원장 |
◆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길'은 무력시위 아닌 이런 식으로는 협상 안 하겠다는 것"
서 차관은 아울러 북한이 올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에 실패할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것과 관련, 무력도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서 차관은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에 대해서도 북한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차관은 "북한이 새로운 길을 얘기했는데, 물론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 것은 한국과 미국 정부에 보내는 하나의 시그널"이라며 "거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력도발을 하기에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너무 많다"고 잘라 말했다.
서 차관은 특히 "(북한이)6차 핵실험, ICBM까지 갖췄기 때문에 (미국이) 북미대화에 나서거나, 반대로 북한도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대화의 장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서로의 생각이 틀릴 뿐 북측이 다시 ICBM을 쏘거나 핵실험을 (끝없이) 강행할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된 발사관에서 초대형 방사포가 점화돼 솟구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2019.11.29 noh@newspim.com |
◆ "문재인 정부, 북미 협상의 촉진도 중재도 할 수 있어...北 비핵화, 바로 우리가 당사자"
서 차관은 문재인 정부의 북미 간 '중재자론'에 대해서는 "촉진도 중재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하는 데 있어 바로 우리가 당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현재 남북관계가 소강국면이라 촉진과 중재는 쉽지 않다"면서 "소강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국면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때로는) 북측에서 굉장히 언짢게 나와도 (국면) 관리를 해야 한다"며 "단속(斷續, 끊어지고 이어짐)의 남북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인내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 차관은 올해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북한에서 상당히 많은 시그널(Signal, 신호)을 보내고 있다"며 "그 것을 우리도 보고 있고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도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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