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사표가 친중 및 반중 노선을 축으로 대선 판도를 갈라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미국 뉴욕 시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8명의 후보가 난립한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성향의 거물급 인물로 통하는 블룸버그가 승기를 잡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할 경우 두 억만장자가 대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는 점에서 화제거리로 충분하다.
이와 함께 중국과 무역 전면전을 주도한 트럼프 대통령과 친중파로 통하는 블룸버그의 대결 구도가 대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무역 협상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할 만큼 미 대선은 중국이 예의주시하는 변수다.
블룸버그의 대선 후보 등판은 폭탄 관세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이 반색할 일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거듭 미중 양국의 무역 전쟁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매파 정책에도 중국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블룸버그는 PBS와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재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2013년 중국 지도부의 신경을 건드릴 것으로 보이는 블룸버그 뉴스의 기사를 여러 건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시 주석이 블룸버그의 대선 출마에 반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경제 성장 둔화에도 중국에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중파 블룸버그의 대결 가능성에 미 정치권은 이미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무역 전면전에 따른 경제적 득실과 대중 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미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4년을 더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 상황.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에서 이기는 일이 쉽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실상 미 농가와 제조업계 등 주요 산업 곳곳이 관세 충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었던 선거구의 투표 결과는 그의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민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1단계 무역 합의가 불발되면서 12월15일 156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15% 추가 관세 및 기존 관세의 인상이 강행, 내년 실물경기 한파가 재점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행보에 작지 않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친중 성향의 블룸버그 역시 안심하기는 이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매파 목소리가 번지고 있어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포스트(WP)의 조쉬 로긴 칼럼니스트는 블룸버그가 자신이 설립한 통신사 블룸버그의 뉴스 채널을 통해 중국에서 수익을 창출할 뿐 아니라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채권지수를 앞세워 중국 기업들에게 자금줄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트집 잡을 일이 아니지만 그가 대선에 승리할 경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금융시장을 놓고 볼 때 블룸버그는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적수로 충분하다는 평가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을 포함해 이른바 부자세 도입과 IT 기업 분할을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들과 달리 블룸버그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금융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