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달러화 상승 베팅이 한풀 꺾였다.
추세가 내년까지 지속되면서 달러화의 상승 모멘텀이 주춤할 경우 신흥국 통화 및 자산이 강세 흐름을 탈 전망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흥국 통화의 밸류에이션이 20년래 최저치라는 진단이 나온 가운데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상승 베팅이 7월 초 이후 최저치로 후퇴했다.
반면 MSCI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4일만에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중국과 1단계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온' 베팅이 확산됐다.
이와 별도로 크레디트 아그리콜에 따르면 신흥국 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지난주까지 6주 연속 지속됐다. 특히 채권시장의 매수 열기가 뜨거웠다.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달러화 포지션은 내년 신흥국 자산시장의 향방에 결정적인 변수라는 것이 월가의 주장이다.
보스톤 소재 이턴 반체의 에릭 스타인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내년 신흥국 통화와 자산시장이 상승 흐름을 타려면 달러화 약세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달러화 하락 없이 신흥국 자산이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핌코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약 20년래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고, 매수 적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말레이시아 링기트화가 유망하다는 평가다. 중국 위안화 역시 비중 확대 전략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루피아화의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반면 인도 루피화는 신용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적극적인 매수 전략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핌코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에 하락 압박을 받은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화, 싱가포르 달러화에 대한 숏 포지션을 축소했다.
핌코는 투자 보고서에서 "신흥국 통화의 밸류에이션이 대부분 20년래 최저치로 밀렸거나 이에 근접한 상태"라며 "신흥국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던 투자자라면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반등이 본격화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JP모간이 집계하는 아시아 달러 인덱스가 지난 9월 기록한 10년래 최저치에서 2.1% 강하게 반등했다.
지수는 미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를 반영하며, 특히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칠레와 리비아 등 신흥국 전반으로 번지는 사회적 동요가 내년 관련 자산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홍콩 역시 내년 중국과 맞물려 정치적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