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달러 위상 변함없지만, 美 제재 등 정책 파급력 약화 전망"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유럽과 인도 등 미국의 동맹국이 국제 무역에서 달러화에 의존하지 않는 대체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시도는 지난해 미국 정부가 2015년 맺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면서 이란 은행과의 달러화 거래 금지 등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미국의 제재 복원에 반대하는 영국, 독일, 프랑스는 지난 1월 미국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도 유럽 기업들과 이란과의 무역을 가능케하는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Instex)'를 설립했다.
현재 인스텍스는 가동되지 않았지만, 가동될 경우 국제 무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활용되는 유로화를 기반으로 할 예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우선 소비재나 의약품 등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물품을 중심으로 이란과 거래할 방침이다.
인스텍스가 필요한 이유는 제재 대상이 아닌 물품을 거래하더라도 미국은 이란 은행과 달러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스텍스가 가동되면 이란과의 거래 대상을 모든 것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는 인도는 이미 작년 인스텍스와 비슷한 대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의 오랜 무역 상대국인 인도는 이란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도의 이 시스템은 미국의 비(非)제재 대상 단체 또는 물품과 관련된 거래만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도의 통관 기록을 열람한 결과, 이 시스템은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등재된 이란 기업들과도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예컨대, 인도 가지아바드에 거점을 둔 부품업체 '펀자브 비벨 기어스'는 지난 1월 24일, 7만1000달러 상당의 트랙터 부품을 '이란 트랙터 매뉴팩처링'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미국 재무부가 '특별지정 국제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곳이다.
펀자브 비벨 기어스에서 수출을 담당하는 모한 싱은 자국의 결제 메커니즘을 통해 판매 대금을 받았다며 "인도 정부가 대이란 수출을 허용했기 때문에 판매 상대 기업이 제재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에 우려하지 않았다"고 WSJ에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달러화 기반 무역거래 시스템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달러 대신 위안화나 루블화로 무역거래를 체결하고 있다.
유럽과 인도의 대체 시스템, 중국과 러시아의 자국 통화표시 거래 체결 등이 국제 무역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변화시키지는 않겠지만, 제재 등 미국의 정책 파급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또 미국의 감시 범위 밖에서 이뤄지는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자금 이전을 용이하게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바라봤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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