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과 무역 전쟁 속에 IT 제품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 자립에 나선 미국이 벽에 부딪혔다.
이미 독점적인 시장 입지를 확보한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대폭 확대, 가격을 누른 데 따라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광산 개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소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콥의 생산시설에 희토류 4종 샘플이 진열돼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단계 무역 합의의 최종 타결이 지연되면서 전면전 위기가 재점화될 경우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를 앞세워 미국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경고다.
중국은 최근 연간 희토류 생산 쿼터를 13만2000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최고치를 10% 웃도는 수치다.
이는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주요국이 희토류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가동,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중국의 생산 확대가 경쟁 국가의 희토류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의 70%를 공급하는 동시에 40억달러 규모의 휴대폰 전력 장치 소재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미 절대적인 외형을 갖춘 중국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생산 확대에 나설 경우 희토류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미국을 필두로 한 다른 국가의 프로젝트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다.
앞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와 화웨이 제재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대폭 제한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IT 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첨단 IT 제품 생산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 공급이 막힐 경우 공장 가동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의 비중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수 조치가 강행될 경우 충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생산 확대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플랜 B'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금수 조치를 통한 직접적인 마찰을 피하는 동시에 미국의 희토류 자립을 가로막는 형태로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금속 소재 컨설팅 업체 애덤스 인텔리전스의 라이언 캐스틸룩스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시장의 예상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생산 확대로 가격을 끌어올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미국 업체의 자금 흐름과 수익성을 압박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업체들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희토류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최대 공급원인 말레이시아의 라이나스 코프는 텍사스에 생산 시선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30년 전 희토류를 전략 사업으로 채택, 전세계 시장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의 벽을 넘는 일이 간단치 않다는 데 업계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희토류는 란타넘과 세륨 등 21세기 전략 자원으로 사용되는 17가지 원소를 의미한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