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김세연 發 쇄신 요구에 정치권 '술렁'
與 동료의원 평가 종료시한 앞두고 중진들 "서로 잘 챙겨주자"
野 김세연 '폭탄선언'에 갈등 격화…황교안은 '나홀로단식' 돌입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인적 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재점화된 세대 교체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고, 한국당은 김세연 의원의 '폭탄 선언'에 발칵 뒤집혔다.
다만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은 납작 엎드려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여당은 차기 총선 공천심사를 위한 현역의원 평가 종료시한을 앞두고 재출마를 노리는 중진들의 물밑 대화가 한창이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최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스핌DB] 2019.11.20 chojw@newspim.com |
◆ 들끓는 '386 용퇴론'에 與 갑론을박…정작 다선 중진은 '묵묵부답'
여당에서는 퇴진 대상이 구체적으로 지목되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철희 의원이 최근 '386세대(현 586세대, 50대·1980학번·1960년대생)'를 향해 '물러나자'고 거듭 촉구하면서다. 현재 이인영·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당내 3선 이상 386 인사는 15명. 초·재선을 합치면 절반 가까이 된다.
이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하나의 세대이자 그룹으로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며 "한 세대로서 86세대가 헌신적인 모습, 이제는 좀 물러나면서 새로운 세대가 들어올 수 있는 산파 역할을 해주면 그 윗세대 중에서도 자발적으로 물러날 분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불출마 선언 당시에도 "이제는 비워 줄 때"라며 포스트세대를 위해 86그룹이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386 의원'은 20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내에서 목소리가 나올 법 하다"며 "우리 세대가 당대표나 서울시장, 대권 등 여러 방면으로 도전해오고 있지만 실제로 뚜렷하게 보여준 것은 없다. 어떤 지위를 꿰차고 자신들의 정치만 해나가고 있지 이들이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이 부분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그는 "86세대로 구분짓지 않더라도 당이 문호를 열고 청년 인사를 발탁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명확하게 보여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정 세대 전체를 겨냥한 퇴진론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386 대표주자'인 이인영 원내대표와 우상호 의원은 '일할 사람은 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세대교체론에 선을 그었다.
86세대인 박홍근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어느 세대에 대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마치 선거를 앞두고 한바탕의 희생양, 제사상에 올릴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며 "온당치 않다"고 부정적 견해를 표했다. 같은 세대인 최재성 의원도 "86이든 96이든 시스템 평가로 거르는 것"이라며 인위적인 물갈이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86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나만 교체 안 되면 되지 않냐"며 즉답을 피했다.
쇄신론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다선 중진 의원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분위기다.
민주당은 현재 차기 총선 공천심사를 위한 의원 평가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동료의원 평가인 '다면평가'의 경우, 당내 쇄신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오는 22일 평가 종료시한을 앞두고 3선 이상 일부 중진 간 물밑 협상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서로 의원실을 오가며 '평가를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주고 받는다"고 전했다.
언론 접촉을 자제하며 '돌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인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자신들의 노력이 폄훼돼 억울하다고 하는 86세대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 담론을 세롭게 제시해야 할 때"라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19.11.18 kilroy023@newspim.com |
◆ '김세연 후폭풍' 당내 갈등 커지는데…황교안은 '나홀로 단식' 투쟁
한국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당은 김세연 의원의 '폭탄 선언' 후폭풍에 시달리는 중이다.
김 의원은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지도부 퇴진·당 해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당 지도부의 선도적 퇴진으로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화답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영남·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의원을 향한 비난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속한 정당을 좀비 정당이라고 한 것은 너무 과도하다"며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하고 좀비 정당으로 표현한 사람이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여의도 연구원장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공개 비판했다.
영남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의원도 김 의원이 '내부총질'을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 똘똘 뭉쳐서 꺼져가는 등불을 살릴 생각은 하지않고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나갈거면 본인만 나가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는 상황.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연일 "총선 승리를 위한 큰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 당을 살리겠다" "총선에서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등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김 의원 선언 이튿날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저지하는 것이 한국당의 역사적 책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국회 패스트트랙 일정 강행을 저지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를 외보·안보 위기로 규정, '비상행동'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다만 당 안팎으로 들끓는 쇄신론에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당면한 현안을 덮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논란에 이어 보수대통합이 유승민계 반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김세연 의원의 폭탄 선언에 내상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당 내부가 갈피를 못 잡고 움직이다보니 내부를 수습하기 위해 외부와 맞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내부 쇄신 움직임이 더디고 계파 갈등 양상도 드러나는 상황에서 당 대표가 나홀로 단식 투쟁에 들어가는 것은 앞뒤 손발이 안맞아 보인다"며 "전략적 부재"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18 kilroy023@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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