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지바(千葉)현이 9월부터 잇따라 몰아친 3개의 태풍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1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농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고민이 크다. 태풍으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것 뿐만 아니라, 재해에 의한 시설 파괴와 수리가 반복되면서 비용 또한 불어났기 때문이다.
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지쿠마(千曲)강의 제방이 무너져 인근 가옥이 피해를 입은 모습.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창업 120년 간 지금이 최대 위기입니다"
지바현 미나미보소(南房総)시에서 료칸(旅館·전통 여관)을 운영하는 스즈키 겐지(鈴木健史·58)씨는 비가 새는 여관 복도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천장이 벗겨진 객실엔 곰팡이가 폈고 젖은 다다미는 버려진 채였다.
스즈키씨는 9월 9일 여관에서 야근하면서 15호 태풍 파사이 접근을 알리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부엌에서 굉음이 들리면서 창유리가 깨지고 지붕 일부가 벗겨지면서 비가 새어들어왔다. 비가 샌다는 투숙객들의 불평도 시작됐다.
스즈키씨는 아내와 함께 16개의 여관 방 내를 누비며 비를 받기 위한 양동이를 늘어놨지만 금새 넘쳤다. 조리장과 객실 5개는 물바다가 돼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숙박업의 대목은 9월이지만, 스즈키씨의 여관은 90%의 예약이 취소됐다. 여기에 건물 수리비를 합쳐 손해액은 수천만엔에 달했다.
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태풍 19호 하기비스가 찾아온 10월 12일. 강풍으로 지붕과 벽의 일부가 떨어져나갔다. 못과 나무로 박아놨던 블루시트도 벗겨졌다. 같은 달 24일에는 태풍 21호 부알로이로 인해 폭우가 내리면서 망가진 지붕 틈으로 빗물이 들어와 복도와 계단까지 물이 가득 찼다.
1899년 창업한 이래 4대째 이어오는 스즈키씨의 료칸은 3개의 태풍이 연이어 온 2개월 간 지붕의 3분의 1이 벗겨졌고, 16개 객실 중 7곳이 물바다가 됐다. 스즈키씨는 "단기간에 재해가 3번이나 찾아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바현 피해에 허덕이는 것은 스즈키씨 뿐만이 아니다. 지바현은 앞선 태풍 15호와 19호, 21호로 인해 12명이 사망하고 주택이 6만1325채가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강풍으로 지붕이 날아가는 피해도 속출하면서 전파된 주택이 3427채, 일부 파손된 주택이 5만3528채였다.
농가와 수산업, 축산의 피해도 심각하다. 지바현 내 농림수산업의 피해액은 약 453억에 달한다. 지난 10월 25일 야치마타(八街)시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남성(55)은 양계장 주변에서 10센치 넘게 침수된 도로를 보고 놀랐다. 양계장에 들이닥친 빗물의 수위도 순식간에 30센치까지 차오르는 걸 보며 그는 급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사육시설에 가자 사육용 닭들이 바닥에 흠뻑 젖은 채 죽어있었다. 죽은 닭은 약 3만마리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600만엔에 달하는 피해였다. 그는 "한 순간에 물에 둘러싸였기 때문에 어떻게 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양계장은 앞선 태풍 15호 루사 당시 강풍으로 함석 지붕의 상당수가 뜯어졌으며 10일 이상의 정전 피해도 입었다. 19호 하기비스 때는 망가진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지붕을 못으로 고정했지만,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21호 태풍의 폭우 피해까지 더하면 시설 수리비 총액은 7천만엔에 달한다.
일본 정부나 지바현 측은 농업생산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양계장 주인은 "자기 부담 비율이 어느정도일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