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청와대가 공개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환담 사진에 대해, 산케이신문이 "한국이 무단으로 촬영해 공개한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을 시정하지 않고 한일관계를 개선시키려고 하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정상 간 대화를 대내외에 알리려고 했다"며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아세안+3 정상회의 전 11분간 환담하는 사진.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청와대는 해당 사진을 일본 측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촬영해 공표했다. [사진=청와대] 2019.11.04 dedanhi@newspim.com |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대화는 지난 4일 태국 방콕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 전 이뤄졌다.
아베 총리와 동행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두 정상의 대화가 이뤄졌던 공간은 각국 정상과 통역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엔 한일 정상과 양 측의 영어통역 4명이 모두 찍혀있다. 이는 다른 인물이 해당 공간에서 촬영했다는 얘기가 된다. 신문에 따르면 사진 촬영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정상 간 접촉부터 사진 촬영, 공표까지 용의주도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아베 해당 공간에 있던 10명의 각국 정상과 순서대로 악수했는데 마지막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며 "마지막 순서에 있던 문 대통령이 제안한다면 아베 총리는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했다.
이후 청와대는 공식 홈페이지에 양 정상이 대화하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문 대통령이 일본의 총리와 환담"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로도 설명을 달아 대외적인 홍보 의도도 엿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하지 않았다. 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정식회담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애초에 일본 측은 한일 정상이 대화하는 사전준비는 하지 않았고 사진 촬영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했다.
정상 간 비공식 대화의 경우 명문화된 사진 촬영·공표 규칙은 없지만, 한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개인 SNS에도 다른 사람과 찍은 사진을 올릴 땐 상대의 허가를 구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신문 취재에 "신의원칙 위반", "에티켓 위반"이라며 청와대의 사진 게재를 비판했다.
최근 한국에선 한일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엔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성금을 받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같은 한국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로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며 "일본 정부는 '공은 한국에 있다'는 입장으로 (관계 회복은) 한국이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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