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럽 트레이더들이 거래 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나친 격무가 정신 건강을 해치는 동시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무역 전쟁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까지 굵직한 변수에 자산시장이 널뛰기를 연출하면서 트레이더들이 느끼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최근 1~2년 사이 크게 상승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웰빙'을 요구하는 트레이더들의 움직임에 유럽 증권 감독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금융업계의 트레이더들은 런던증권거래소(LSE)와 그 밖에 플랫폼에 거래 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 오전 8시부터 4시 30분까지 8시간 30분에 이르는 정규장 거래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으로 줄여달라는 얘기다.
거래 시간 변경을 제안한 전문 트레이더 단체인 유럽금융시장협회(AFME)와 투자협회(IA)는 이를 통해 시장 문화를 향상시키는 한편 다변화와 웰빙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규 거래가 오전 8시부터 시작되지만 실상 트레이더들은 이보다 몇 시간 전부터 금융시장 개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근무 시간은 8시간 30분을 훌쩍 웃돈다는 지적이다.
실상 개장 후 첫 1시간은 거래가 일반적으로 한산하고, 장 종료까지 마지막 1시간 사이 거래가 35% 가량 몰리지만 기존의 근무 시스템에 이 같은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관련 단체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피로감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고통 역시 작지 않다고 트레이더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장시간 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구조적인 근무 환경 때문에 여성 인력의 진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남성의 비중이 절대적인 유럽 금융업계의 상황은 업무와 개인적인 삶의 균형이 깨지면서 초래된 결과라는 것.
트레이더들은 거래 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금융업계의 문화와 다변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이프릴 데이 AFME 주식 헤드는 공식 성명을 통해 "유럽 금융시장의 거래 시간은 전세계 주요국에 비해 훨씬 길고, 이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 뒤쳐지는 실정"이라며 "트레이더들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IA의 갈리나 디미트로바 자본시장 이사 역시 "장시간 격무에 따른 트레이더들의 정신적 고통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며 "삶의 질적 개선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브로커리지 업체 핀캡 그룹의 샘 스미스 최고경영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날 트레이더 협회의 제안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금융업 비즈니스 리더로서, 자녀를 둔 엄마로서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CMC 마켓의 마이클 휴슨 애널리스트는 "결국 같은 양의 업무를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편 LSE의 대변인은 트레이더 협회의 제안을 공식적인 컨설팅을 통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