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물고기연구소, 어미연어 포획 '분주'…524마리 포획
어미연어 포획률 해마다 감소 추세...올 목표 방류량 70만마리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젖줄이자 연어의 모천(母川)인 왕피천이 즐거운 몸살을 앓고 있다.
경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 직원들이 연어 모천인 경북 울진군 근남면 왕피천 하류에 설치된 어미연어 채포장에서 올해 첫 포획한 연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경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 |
북태평양 베링해를 거쳐 수천만리 검푸른 파도를 거슬러 온 진객(珍客) 연어들이 모천인 욍피천을 찾아 한바탕 축제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울진 왕피천 수변공간에 자리한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는 지난달 초부터 왕피천 하류에 연어 채포장(포획장)을 설치하고 고향을 찾는 어미 연어떼가 모천인 욍피천을 찾아오기를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연어 채포장을 설치한 지 보름여가 지난 10월 22일 한 무리의 연어 떼가 흡사 진격하는 병사처럼 왕피천의 속살을 헤집으며 거슬러 오르는 것이 관찰됐다.
이날 포획된 첫 어미연어는 암컷 5마리와 수컷 3마리 등 모두 8마리. 포획된 연어는 평균중량 3.02㎏, 평균전장 72.95㎝으로 약 3∼4년 전 이곳 민물고기연구센터에서 방류한 어린 연어다.
채포를 시작한 지 14일 만인 지난 4일 현재까지 포획된 어미연어는 모두 524마리이다. 이 중 암컷은 235마리, 수컷은 289마리이다.
연어 모천인 경북 울진군 근남면 왕피천 하류에 설치된 어미연어 채포장[사진=남효선 기자] |
현재까지 포획된 어미연어 중에서 울진민물고기센터가 방류한 치어가 자라 되돌아 온 어미연어는 암컷 1마리와 수컷 2마리로 확인됐다. 이들 세마리에서 모두 울진서 방류 당시 부착한 표시장치 CWT(Coded Wire Tag)가 확인됐다.
지난해 울진민물고기연구센터는 부여받은 CWT를 부착한 어린 연어 3만마리를 방류했었다. 또 지느러미를 잘라 표식하는 '발안란이석표지'를 한 어린연어 20만마리를 방류했다.
발안란이석표지는 NTAFC(북태평양소하성어류위원회)로부터 부여받는다. 울진민물고기센터는 매년 20만마리의 표식을 부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NTAFC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일본 5개국이 가입돼 있다.
연어 등 민물고기의 모천 회귀율은 대략 0.1~0.2%수준이라는 게 민물고기연구센터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포획한 어미연어에서 얻은 채란량은 39만3000개이다. 올해 포획 목표량은 1300마리이며 채란량은 100만개이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 소재 경북도민물고기센터 직원들이 어미연어 모천인 왕피천 포획장에서 회귀하는 연어 채포작업 모습.[사진=경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 |
◆ 지구온난화로 점차 감소 추세...연근해 정치망 어장도 감소 요인
연어 채포 시기가 되면 윤성민 연구사 등 경상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는 늘 마음을 졸인다. 베링해를 휘감으며 푸른 세계를 유영하던 연어들이 이곳 모천인 왕피천으로 제 때에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다.
특히 연구센터가 마음을 졸이는 이유는 정작 걷잡을 수 없는 것은 지구온난화 등 변하는 자연생태계에 손 한번 쓰지 못하는 답답함이다.
지난 2015년 200만 마리 방류를 최정점으로 방류량은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알과 정액을 채취하는 회귀 어미연어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어 회귀율은 전 해에 방류한 방류량과 비례한다고 말한다.
실제 울진민물고기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372마리의 어미연어를 채포해 65만4000개를 채란해 200만마리를 방류했다.
이어 2016년에는 1077마리를 포획하고 46만5000개를 채란해 170마리를, 2017년에는 1136마리를 포획하여 70만1000개의 알을 얻어 120마리의 어린 연어를 방류했다.
지난해에는 1556마리의 어미연어를 포획해 44만9000개를 채란해 70만 마리를 방류했다.
회귀 연어 개체소 감소요인으로 지구온난화와 연근해 설치된 정치망 어장 등이 지적된다.
연어가 소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천의 강수량이 충분해야 한다. 이는 연어 소상기의 강우량과 직결된다.
지난 2017년에 울진 왕피천의 연어채포량이 미진했던 것은 연어 채포장을 설치할 무렵의 울진지방 강수량이 그 전 해의 50%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또 연어 소상기의 수온도 연어의 회귀율을 떨어트리는 주요 요인이다. 연어가 모천으로 소상하는 최적 수온은 11℃가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학계의 견해이다.
윤성민 민물고기연구센터 연구사는 "지구온난화 등에 따라 수온이 높아지면서 연어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생물들이 많이 이동했거나 사라지면서 먹이가 부족한 것이 감소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온과 강수량의 불리가 자연조건에 의한 것이라면 모천과 연접한 연근해 내의 각종 어장, 특히 정치망 어장은 연어 회귀를 저해하는 인위적 장애물로 지적된다.
다른 민물고기연구센터 관계자는 "왕피천과 연결된 울진 연근해에 설치된 정치망의 증가로 연어가 모천에 오기 전에 정치망에 모두 잡히고 만다'면서 "지난 2017년의 경우 무려 1000마리 이상이 정치망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치망에 걸린 연어는 모천에서 채포한 연어에 비해 부화에 필요한 비용이 월등하게 많이 든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연어 모천인 경북 울진군 근남면 왕피천에 설치된 연어 채포장에서 포획한 어미 연어의 채란 작업 모습.[사진=남효선 기자] |
◆ 어린 연어가 다시 모천으로 돌아오기까지
인공으로 부화한 어린 연어가 방류돼 다시 어미천으로 돌아 오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가 뒤따른다.
먼저 회귀천에 채포장을 설치하고 포획한 후 채란작업을 거친다. 이어 민물고기연구센터에 마련된 부화장에서 12월경에 부화한 후 사육과정을 거쳐 이듬해인 2월 말부터 3월 초에 왕피천에 방류한다.
채포장에서 포획한 연어는 채란과정을 거쳐 15℃의 적정수온을 유지한 부화장에서 20여 일 이상을 경과하면 발안(눈뜨기)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부화한 연어치어는 10일 가량이 지나면 '란'에서 나와 란황을 흡수하며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란황을 흡수한 후면 사료를 먹이기 시작한다.
초기 사료를 공급하기 시작해 한 달여가 지나면 비로소 부상하기 시작한다. 시기는 대략 12월 중순 무렵이다.
치어 방류시기인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는 지속적으로 사료를 공급해 어린연어의 성장을 돕는다.
경북 울진군 근남면 소재 경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의 어미 연어 채란 작업 과정 [사진=남효선 기자] |
이렇게 인공으로 부화·사육된 어린연어는 대개 3월에 왕피천에 방류된다. 모천인 왕피천으로 되돌아오는 어미연어는 이 과정을 거쳐 3~4년 전에 방류된 치어(4-5㎝)들이다.
이들 치어는 북태평양 알래스카 근해로 내려가 60-70㎝ 성어로 자란 뒤 알을 품고 매년 10월 초순부터 11월 말 사이에 모천인 왕피천으로 돌아온다.
울진 지역의 연어 회귀천은 근남 왕피천과 평해 남대천 등 두 곳이다. 왕피천으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는 참연어로, 길이는 대략 50-80센티, 무게는 작은 것은 2킬로그램에서 큰 것은 7킬로그램에 달한다. 연어는 왕피천을 거슬러 자신이 태어난 자리를 찾아 1500-300여 개의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친다.
때문에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와 울진군은 매년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40여 일간을 연어포획금지기간으로 정하고 불법포획 단속과 함께 연어알 채란에 들어간다.
윤성민 연구센터 연구사는 "방류 시 약 3만마리 정도는 어린 연어 머리에 첨단 표시장치 CWT(Coded Wire Tag)를 삽입해 과학적 생태자료 확보 및 특성 등을 연구할 방침"이라며 "앞으로도 연어의 회귀량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사는 "최근 국내소비자들의 연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노르웨이 등지로부터 수입량이 급증하는 추세로 우리나라 동해의 연어자원을 증가시키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속적인 연어방류사업이 필요하다"며 "건강한 내수면 생태계와 풍부한 어자원 조성을 위해 지역 고유품종 및 시험·연구품종을 개발, 어업인들의 소득원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북 울진의 대표적 생태관광 명소이자 학습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경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의 민물고기 사육장 [사진=남효선 기자] |
연어 회귀 모천인 왕피천에 자리잡은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에는 왕피천 유역을 비롯 국내 서식 민물고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민물고기전시관'이 있다. 한 해에 이곳을 찾은 학생 등 관람객이 15만명에 달할 정도로 생태관광 및 학습 명소로 자리잡았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