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스윙이 불합리하지 않는한 받아들여지고, 인근에 장해물 있으면 구제받을 수 있어
Q: TV 중계를 보면 오른손잡이 선수들이 가끔 왼손잡이 선수처럼 플레이합디다. 어떤 연유에서 그런 것일까요.
A: [뉴스핌]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도저히 칠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선수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구제받으려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오늘 관심은 후자입니다.
지난 7월13일 미국PGA투어 존디어클래식 3라운드 8번홀(파4)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 세계랭킹 100위인 딜란 프리첼리(남아공)의 두 번째 샷이 그린사이드 벙커를 간신히 넘겨 러프에 멈췄습니다. 오른손잡이인 그가 다음샷을 하려고 보니 스탠스를 벙커쪽 경사지에 취할 수밖에 없고 벙커 턱도 높아 헛치기 십상이었습니다.
2004년 스페인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마요르카클래식에서 오른손잡이인 마이클 심이 펜스 부근에 떨어진 볼을 제대로 칠 수 없게 되자 왼손스윙으로 볼을 치려하고 있다. 이 때 발 뒤에 있는 인공 카트도로가 스탠스나 스윙구역에 방해가 되면 구제를 받고 드롭할 수 있다. [사진=유러피언투어] |
프리첼리는 왼손잡이 스타일로 칠까, 오른손잡이로 하되 백핸드 스윙을 할까 고민하던 중 볼 옆에 스프링클러 헤드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곧 레프리를 불러 "왼손잡이 식으로 치려고 하면 스프링클러 헤드가 스탠스나 스윙구역에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레프리는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판정했습니다.
프리첼리는 왼손잡이 스윙 자세로 구제를 받아 구제구역에 드롭했습니다. 드롭하고 나니, 이제는 아무런 방해나 제한없이 오른손잡이 스윙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는 제손으로 15m거리의 칩샷을 홀옆 30cm 지점에 붙여 파를 세이브했습니다. 2012년 프로가 된 그는 결국 그 대회에서 미국PGA투어 첫 승을 기록했습니다.
골프 규칙을 잘 알아 덕본 케이스라고 할까요. 프리첼리는 두 번(왼손잡이 스윙 자세 구상, 구제 후 오른손잡이 스윙 복귀) 머리를 쓴 끝에 파를 잡았고, 첫 승으로까지 연결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필 미켈슨, 로리 매킬로이, 코리 페이빈, 파드리그 해링턴, 예스퍼 파니빅, 테드 오도 주된 손을 바꿔 스윙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볼이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IO)이나 코스 경계물, 코스와 분리할 수 없는 물체, 고약한 지형, 페널티 구역 인근에 멈추고, 주된 손으로는 제대로 스트로크하기 어려울 경우 반대손으로 스윙하는 자세를 취해볼만 합니다. 그랬더니 볼 주변에 있는 IO가 스윙하는데 방해가 될 경우엔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언플레이어블볼 선언할 것을 구제받고 무벌타로 처리할 수 있으니 행운 아닙니까.
골프규칙 해석(16.1a(3))에 '때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볼을 플레이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비정상적인 스윙이나 스탠스, 플레이 방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상황에서는 그와 같이 비정상적인 스트로크를 하는 것이 명백하게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는 경우, 플레이어는 규칙 16.1에 따라 페널티없는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그러고는 예를 들었습니다.
'일반구역에서 오른손잡이 플레이어의 볼이 홀 왼편 코스의 경계물(예, OB말뚝)에 바짝 붙어 있어서 그 볼을 홀쪽으로 플레이하려면 플레이어가 왼손 스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왼손 스윙을 하려고 보니,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예, 카트도로)이 스탠스에 방해가 됐다. 이 상황에서는 왼손 스윙을 하는 것이 명백하게 불합리한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다. 또 왼손 스윙을 위한 구제절차를 완료한 후에는 플레이어가 평소 하던대로 오른손 스윙으로 다음 스트로크를 할 수 있다. 이 때 그 장해물이 오른손 스윙에 방해가 되면 플레이어는 규칙 16.1b에 따라 오른손 스윙을 하는데 필요한 구제를 받을 수 있고, 그 볼을 놓인 그대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요컨대 라운드 중 볼을 치기 힘든 상황에 처하면, 반대의 손으로 스윙하는 것을 떠올리라는 말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궁즉통(窮卽通)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규칙을 잘 알고, 머리를 쓰면 남들보다 적어도 1타를 줄일 수 있습니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