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이렇게 웃어본 게 얼마 만인지"...경찰청 '실종자 가족 심리치유' 호평

기사입력 : 2019년11월01일 14:59

최종수정 : 2019년11월01일 16:24

참석자들 "모처럼 외롭지 않다는 감정 느낄 수 있던 시간"
매주 1회씩 총 5주 동안 프로그램 진행
경찰 "실종자 가족에 행복과 희망 심어주겠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지난달 31일 오후 3시쯤 서울 동대문경찰서 용두치안센터 2층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 희끗한 머리의 중·장년 10여명이 둘러앉았다. 이들은 '몸짱', '짠돌이' 등 각자 지은 별칭이 적힌 이름표를 부착하고 있었다. 곧 '만남 윷놀이' 게임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들은 윷놀이 말판에 적힌 지령에 따라 옆 사람에게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라며 덕담을 하거나 큰 소리로 웃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용두치안센터 2층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참가자들이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성봉 기자]

이 자리는 다름 아닌 경찰청의 '실종자 가족 심리치유 프로그램' 현장이다. 대상은 잃어버린 자녀를 애타게 찾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40년이 넘도록 아이의 행방을 찾느라 웃음조차 잃었던 이들은 이날만큼은 마음 놓고 웃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40년 넘게 실종된 아들 이정훈(당시 4세)군을 찾고 있는 전길자 씨도 함께했다. 집 앞에서 놀겠다던 전씨의 아들이 사라진 건 지난 1973년. 아직 눈에 선한 아들을 보지 못한지 꼬박 46년이 지났다. 그 세월 동안 웃음, 슬픔 등 전씨의 모든 감정은 무뎌져 갔다. 하지만 작은 기대를 안고 찾은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전씨는 더 큰 희망을 발견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웃으면 곧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다.

전씨는 "모처럼 행복하다는 감정, 외롭지 않다는 감정을 느꼈다"며 "특히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무려 40분이나 늦게 끝났다. 프로그램에 푹 빠진 참석자들의 호응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아이를 잃은 후 웃을 일이 전혀 없었는데, 오늘은 오랫동안 웃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가슴 한구석이 막혀있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웃고 나니 소화가 다 되는 느낌이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들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경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경찰도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실종자 가족들 곁에 항상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의미의 호신용 호루라기 등을 나눠주는 것으로 답례했다.

경찰이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정서적 문제 등을 돕기 위해 '실종자 가족 심리치유 프로그램'이 호평 속에 이날 처음 돛을 올렸다. 경찰이 실종자 가족을 집단대상으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번에 진행되는 1회차 프로그램에는 '1년 이상 실종자' 가족 중 희망자 10여명이 선발돼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매주 목요일마다 △오리엔테이션 △마음 인식 △마음 표현 △감정 다루기 △희망 설계 등을 주제로 총 5주 동안 진행된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치안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의 모습 [사진=임성봉 기자]

프로그램은 경찰청이 피해자 지원을 위해 개발한 '폴케어앱'을 이용해 호흡명상, 이완호흡법 등을 배우거나 찰흙만들기, 역할극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경찰은 전문적인 심리치유를 위해 경찰 심리전담요원 19명도 투입했다.

경찰청은 오는 28일 1회차 프로그램을 마무리한 후 보완점 등을 검토해 2회차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청 아동청소년과 혹은 실종자가족지원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 대부분은 가정에서 홀로 아픔을 삭히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중앙지법, 尹 구속적부심 18일 오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특검(특별검사)'의 재구속 적법성 여부가 오는 18일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형사9-2부(재판장 류창성)오는 18일 오전 10시15분 윤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진행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스핌DB]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적부심의 일반적 법리인 구속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다음 날 새벽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접수된 후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증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hyun9@newspim.com 2025-07-16 14:41
사진
'강선우 임명' 딜레마 빠진 대통령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보좌진 갑질' 의혹과 해명 번복, 임금 체불 논란 등이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인사 원칙과 여성 내각 구성이라는 정치적 목표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해진 분위기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지난 15일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선 익명 폭로가 이어지고, 여성단체들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부담을 토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남은 청문회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종합 판단하겠다는 게 현재까지 대통령실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임명 강행'과 '철회' 사이에서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4 photo@newspim.com ◆ 여성 인재 중용 기조...정치적 부담 상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 인재 중용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대통령은 내각 여성 비율을 30% 목표로 한다고 공언했으며, 여성가족부를 존치한 배경에도 그 같은 상징성이 깔려 있다. 실제로 강 후보자 외에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여성 후보자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오르면서, 한 명의 낙마가 전체 균형을 흔드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부담도 고려 대상이다. 강 후보자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만약 청문회를 거쳐 낙마할 경우, 이는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현역 의원 낙마' 사례가 된다. 이는 청문회 제도와 야당의 검증력을 키워주는 반면, 여당에겐 타격이 될 수 있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의 리스크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와 보좌진들 사이에 형성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덕성과 인사 기준 자체에 흠이 날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앞서 '사적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했으나, 이후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7.14 mironj19@newspim.com ◆ '버티기 인사' 반복시 내각 전체 불신 확산 우려 또한 임명 강행은 향후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에도 불똥을 튀게 할 수 있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버티기 인사'를 반복하면, 결국 전체 내각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일부의 우려다. 대통령실은 16일 이후 여론 흐름 등을 토대로 강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까지 모두 지켜본 뒤, 장관 인선을 '패키지'로 정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권 초반 인사를 둘러싼 시험대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강 후보자의 임명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여성 인재 정책과 인사 기준, 여당 내 권력구도와도 맞물린 상징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모임인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의정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파트너이자 국민과 국회를 잇는 다리"라며 "그런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parksj@newspim.com 2025-07-16 14:3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