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센터 개소식 현장발언에 남부3구 학부모 '발끈'
국민청원 이어지며 논란 확대, 중국화 우려 목소리 커
서울시교육청 "특구 지정 검토안해, 오해있다" 해명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남부3구(영등포, 구로, 금천) '이중언어특구' 지정 발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시민청원에 나서는 등 집단반발에 나섰다. 주민들과의 소통이나 교감없는, 정책적으로도 확정되지 않은 성급한 발언으로 인해 오히려 다문화에 대한 갈등만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30일 기준으로 서울시교육청 시민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영등포, 구로, 금천구의 이중언어특구 지정 결사 반대합니다' 게시글에 청원참여 인원은 5300명이다. 전체 청원 중 4번째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영등포, 구로, 금천구의 이중언어특구 지정 결사 반대합니다' 게시글 화면. [사진=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
23일 올라온 이 청원의 시발점은 조 교육감의 남부3구를 이중언어특구로 지정하겠다는 발언이다.
조 교육감은 2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위치한 거점형 다문화교육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앞으로는 하얼빈이나 연변에 언어 캠프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다문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남부3구의 학생들은 '이중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은 거세다. 서울시교육청이 다문화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남부3구를 '중국화' 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이중언어특구 지정에 대해 단 한차례의 시민의견수렴 과정없이 즉흥적인 발언을 내뱉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청원에서도 "시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었고 관련된 내용으로 공청회조차 한번도 한적이 없다"며 조 교육감의 일방적인 태도를 질타하고 있다. 석면교체나 정수기 설치 등 학생 건강과 직결된 문제들도 예산부족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서울시교육청이 뜬금없는 중국어 교육에 돈을 쓰려 한다는 비판도 높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조 교육감의 성급한 화법이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반응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서울시교육청·인천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18 mironj19@newspim.com |
남부3구의 경우 서울시 전체 다문화 학생 1만8000여명 중 27%가 넘는 4900여명이 몰려있다.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편견에서 비롯된 갈등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조 교육감의 주민 교감없는 이중언어특구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오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 평화‧세계시민‧다문화교육팀 관계자는 "1시간씩 민원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남부3구에 다문화 가정이 많으니 그들이 쓰는 언어를 한국 학생들이 사용하고 한국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다. 특구 지정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어와 모국어를 같이 쓰는 현지 장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언어 특구 반대 청원은 다음달 22일까지 1만명의 지지를 받으면 조 교육감이 직접 답변을 해야한다. 청원 일주일만에 5000명을 넘어선 속도를 감안하면 1만명 달성 가능성은 높다. 교육계에서는 지역갈등과 학부모 오해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청원 지지수와 상관없이 조 교육감이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이런 문제는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정부가 무작정 특구를 지정하는 게 아니라 희망자를 받고 효과적인 지역을 좁게 선정해 시행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절차없이 그냥 말을 한다는 건 보여주기 행정이자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전달 방식"이라며 "소통이 없다면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