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계속되면 2017년처럼 미사일 쏠수도"
"핵실험 가능성도…북·미, 시간 얼마 없어"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북한이 고위급 당국자들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연말 시한'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실제로 미·북 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위험을 감수하고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수준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2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난 1년 가까이 상당히 지속적으로 '(비핵화 협상) 시한'에 대해 위협해왔는데, 이를 북한이 제시한 실제 시한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한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7월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지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이 강원도 원산일대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노동신문] |
피츠패트릭 전 차관보는 "북한이 거듭 강조하는 연말이 미·북 관계의 실질적 분기점"이라며 "북한은 내년에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에 돌입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그 전에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보고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물론 북한은 미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의 셈법에는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더 꺼린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에 북한이 모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도 지금의 교착상태가 이어진다면 북한은 지난 2017년 때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과 같은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북한의 거듭되는 연말 시한 언급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고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북한은 그런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어 "왜냐하면 북한은 제재에 대한 자신들의 바람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북한이 연이어 연말 시한을 강조하는 것을 초조함의 표시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협상 시한을 정해 놓지 않은 미국, 한국과 달리 공식적 시한을 밝힌 북한은 초조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노퍼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앞세운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결속을 강조하며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나가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노퍼 연구원 역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는 다른 전문가들과 입장을 같이 했다.
노퍼 연구원은 "앞으로 3개월 내 미·북 실무 협상 재개를 포함한 확고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2020년 미·북 관계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연말을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처음 제시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결렬 한 달여 만인 지난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일 스톡홀롬 실무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도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올 것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정상 간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 보려는 생각은 망상이라며 비핵화 협상 시한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나온 북한의 담화도 모두 비슷하다.
지난 24일에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미국이 연말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위협했고, 지난 5일 스톡홀롬 협상 직후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미국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