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처음 성추행 혐의 피소
신병치료차 미국 체류하며 수사 거부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년 3개월간의 도피 생활 끝에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A씨는 같은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상습적으로 만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무실에서 김 전 회장이 자신을 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스마트폰 동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김 전 회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질병 치료차 같은해 7월부터 미국에서 머물렀기 때문이다. 세 차례에 걸친 경찰의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그해 11월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통상 세 차례 이상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한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구인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등록했다. 적색수배는 중범죄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국제수배 중 가장 강력한 단계다. 적색수배가 내려지면 인터폴 가입 국가에 수배자의 사진과 지문 등 관련 정보가 공유된다. 외교부에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여권을 무효화 해달라고 신청했다.
서울 수서경찰서 /뉴스핌DB |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은 귀국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여권 반납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지난해 외교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까지 제기했다. 인터폴 공조수사 역시 생각처럼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강제성이 없어서다. 아무리 적색수배를 내려도 미국 수사당국이 적극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5월 해당 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를 찾을 수 없어 수사가 어려울 경우에 수사를 중단하는 처분이다. 물론 피의자 구인이 이뤄지면 수사는 재개되고 공소시효도 유지된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수사에 다시 동력이 생긴 것은 지난 7월이었다.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B씨가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B씨는 2016년부터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김 전 회장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근무하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끝내 경찰은 지난 7월 법무부에 김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다. 1999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범죄인인도조약을 근거로 미국 수사당국에 체포를 직접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범죄인인도조약은 범죄자를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규정한 국가 간 조약이다. 강제성이 있다는 점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와 다르다.
김 전 회장은 마침내 2년 3개월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진입국했다. 경찰은 입국 즉시 김 전 회장에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김 전 회장은 수서경찰서에 입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구속영장 신청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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