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서민주택 공급 및 생활 SOC 등 촉구
건설사들 "공공 발주 수익률 적어...건설경기 활성화에 역부족"
전문가들 "현재 건설경기 하락은 주택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건설 투자 확대를 강조했지만 정부 주도로 사회간접자본(SOC), 서민주택 공급을 확대하기엔 제약이 많다는 시각이 많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최저가 입찰이다보니 대형 건설사가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현재 건설경기가 어려운 주요 원인은 주택을 중심으로 한 민간 건설부문이 침체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나 도시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주택 규제를 풀어야 근본적으로 건설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photo@newspim.com |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교육, 복지, 문화, 인프라 구축과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대통령이 나서 건설 투자를 촉구하면서 심리적으로는 경기 부양효과를 기대하는 시그널(신호·signal)은 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침체된 건설경기가 살아나거나 건설사 영업이익 개선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은 건설사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고, 실제 수주를 한다고 해도 최저가 입찰로 인해 수익률이 매우 적다"며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시장을 침체시키는 규제를 풀고 해외사업 수주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이 건설 경기 부양에 더 직접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정부 주도로 민간이 참여하는 공공분양이나 서민 임대주택을 비롯한 주택정책을 펼쳤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공사업에 참여한다는 데 의의를 두기만 하는 수준으로 수익이 적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19.07.30 pangbin@newspim.com |
중견 건설사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청년주택이나 신혼희망타운, 정부가 발주하는 SOC사업은 수주하면 현장 직원들이 일할 수 있고 중견 건설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는 낼 수 있어 사업이 끊기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다"며 "하지만 직접적으로 영업이익에 도움을 주기에는 수익률이 적어 이런 사업을 늘린다고 건설 경기가 살아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보다 더 주택경기를 살리는 것이 절실하다"며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 때문에 지방 주택 경기는 더 어려워져 강남 이외 시장을 위주로 하는 중견 건설사들은 향후 주택사업이 고사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예산이 건설업계에 실제 투입되기까지는 평균 2~3년 걸리기 때문에 당장 건설경기를 살리기에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서민형 주택공급을 앞당기고 SOC 투자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언급한 만큼 앞으로 건설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은 줄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정부 정책에 대한 관련 부처의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고 아직 구체적인 사업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건설경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주택 규제 완화 등 다른 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사업이 착공돼서 건설 투자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특히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사업 비중이 민간부문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며 "현재 건설경기가 하락하는 것은 주택을 중심으로 한 민간건설 경기가 하락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주택경기를 위축시키는) 규제를 조절하는 병행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