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부부 결혼식 앞두고 날벼락...단체소송 준비중
뚜렷한 해결방안은 없는 상태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서울 강남의 유명 웨딩컨설팅 업체 대표가 예비 신혼 부부들의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을 빼돌려 잠적했다.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을 앞두고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으나 잠적한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직원들도 연락두절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해결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21일 피해자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웨딩컨설팅 업체 대표 A씨는 이달 초 돌연 종적을 감췄다. 지난달부터 예비부부들이 스드메 비용 명목으로 지불한 2억여 원도 함께 사라졌다.
A씨는 2002년부터 웨딩컨설팅 업체를 운영했다. 드레스를 직접 제작해 경쟁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예비부부들을 끌어 모았다. 업계에서 명성을 쌓으면서 유명 연예인들에게 협찬도 했다.
하지만 업체는 최근 자금난에 시달렸고, 이에 A씨가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피해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A씨는 잠적 이후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 직원들 역시 연락두절 됐다. 현재 사무실도 문이 잠겨 있는 상태다. 건물 관리인 B씨는 "A씨가 회사 인근에 거주하다보니 자주 인사하며 지냈었다"며 "우연히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 가봤더니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피해자만 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40만원부터 많게는 650만원까지 피해를 봤다. 결혼식을 불과 이틀 앞두고 피해 사실을 깨달은 예비부부도 있다. 한 피해자는 "새벽에 잠도 못자고 고생해서 모은 돈"이라며 "마음이 처참하다"고 했다. 아직까지 업체 홈페이지에는 관련 공지사항조차 없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자리한 웨딩컨설팅 업체. 2019.10.21. sunjay@newspim.com |
더 큰 문제는 결혼식 자체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결혼식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드레스나 턱시도, 한복 등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예비부부들도 있다.
새로운 웨딩컨설팅 업체를 찾고 있다는 한 피해자는 "여건상 스튜디오 촬영을 포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직접 스튜디오 업체에 연락해 그때 찍었던 앨범을 보내달라고 하니까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앨범 비용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분과 피해보상 모두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을 공산이 크다. A씨가 저지른 범죄는 사기 혐의에 해당하지만 A씨가 숨지면서 공소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형사소송이 불가능하다. 직원들에 대한 고소도 사실상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대표와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근거가 있어야만 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A씨 유족을 상대로 금전적 피해보전 관련 민사소송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족들이 A씨에 대한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 한다면 피해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상속을 포기하면 유족들의 채무 변제 책임 역시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망자가 가진 재산이 부채보다 크다면 변제 확률이 있겠지만, 그렇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자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범죄피해자보호제도' 역시 사실상 소용이 없다. 범죄피해자보호제도는 범죄 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들에게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경제적 지원은 살인·강도·납치 등 강력범죄 피해자에게만 해당한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10년 넘게 웨딩컨설팅 업체를 운영한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비슷한 사건이 수두룩하게 발생했으나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일단 결혼식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니 최대한 빠르게 다른 업체를 알아보는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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