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의 성추문으로 일본이 고민에 빠졌다고 17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그는 내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무대에 출연하기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도밍고의 성추문은 지난 8월 AP통신의 폭로로 제기됐다. 도밍고가 1980년대 말부터 30년 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여성 오페라 가수와 무용수 등을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그가 출연하기로 예정됐던 미국 공연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내년 4월 도밍고를 출연시키는 예술무대로 도쿄올림픽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던 대회조직위원회도 고민에 빠졌다.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도밍고의 사례가 "일본 사회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투' 논란에 휩싸인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오명을 씻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총감독에서 물러나는 게 가극장에게 한층 이익이 될 거라 생각했다"
도밍고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가극장 총감독 사임 의사를 밝혔다. 도밍고가 30여년 전부터 여성 오페라 가수와 무용수를 성희롱했다고 폭로한 AP통신 보도의 여파였다.
도밍고는 "동의 하에 이뤄졌다고 믿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오랜기간 출연했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공연 등 미국 각지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번 로스앤젤레스 가극장 총감독 사퇴에 대해서도 지역 언론은 "그의 미국에서의 커리어는 끝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럽에서의 모습은 다르다. 의혹 보도 직후인 8월 하순, 호주에서 열린 '잘츠부르크 음악제' 오페라에 그는 예정대로 출연했다. 음악계에서는 도밍고가 앞으로도 스페인이나 독일 등에서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과 유럽의 상반된 반응에 대해 일본의 음악 저널리스트 이시토야 유이코(石戸谷結子)는 "(유럽은)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존중이 강하다"며 "개인적인 스캔들을 캐스팅 등 예술적 판단에 포함시키는 것에 신중하다"고 분석했다. 30년 전의 성추문과 예술가로서의 평가는 따로 떼어두고 봐야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도밍고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도밍고는 내년 4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대회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무대에 출연이 예정돼있다. 대회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달구는 무대로, 일본의 대표적인 가부키배우 이치카와 에비조(市川海老蔵)와 함께 출연한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해당 무대에 대해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무대예술의 꿈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도밍고 역시 "하룻밤 뿐이지만 일본 문화의 일부가 되는 건 내게 명예로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담당자는 아사히신문 취재에 "정보수집에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며 "대회 준비에 지장이 없는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밍고 측으로부터의 출연사퇴 의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도밍고는 4월 공연에 앞서 1월에도 도쿄(東京)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해당 공연 주최자 역시 예정대로 진행할지 확인하기 위해 도밍고 측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도밍고의 공연이 일본 사회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클래식 음악 전문가인 에가와 쇼코(江川紹子)는 "고발에 엄격하게 대응할 것인지, 무죄로 추정해 예술성을 우선할 것인지,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가능하다"며 "목소리가 큰 쪽에 휘둘리지 않고 어떤 철학으로 판단할 것인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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