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유럽연합(EU)이 영국령 북아일랜드에 이중관세 체계를 적용하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계획에 대해 13일(현지시간) '극도로 복잡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영국 측과 이틀간의 집중 협의를 마치고, 동료 외교관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영국 측은 주말 협상 자리에서 북아일랜드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의 행선지를 추척해 최종 목적지에 따라 관세를 차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FT는 전했다.
이 방안을 통해 북아일랜드를 '법적'으로 영국의 관세 체계에 두면서도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의 '하드보더'(엄격한 통행·통관 절차)는 피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 EU 관세가 적용돼 북아일랜드에 이중관세 체계가 존재하는 셈이 된다.
이와 관련,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상품의 최종 목적지를 추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과 현대 공급망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이중관세 체계가 한 지역에 존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EU 외교관은 FT에 영국의 계획으로 EU 관세법을 샅샅이 뒤져야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상품이 EU 단일시장에 최종 도착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자료가 없다면 사기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슨 총리의 이같은 이중관세 제안은 이달 앞서 제시한 브렉시트 계획에서 한 차례 수정을 가한 것이다.
그는 지난 2일 EU에 이전에 합의된 '안전장치'를 폐기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종료된 뒤에 북아일랜드가 영국 본토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되, 2025년까지 농산물 및 공산품에 대해서는 EU 단일시장의 규제를 받도록 하자고 했다.
다만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의 규칙을 계속 적용받을지에 대해서는 북아일랜드가 4년마다 스스로 판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EU는 북아일랜드는 EU 관세동맹에 존속해야 한다며 EU 단일시장 규제를 계속 적용받을지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방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영국 측은 북아일랜드에 이중관세 체계를 적용하는 이같은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 수정안은 지난 10일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회동에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바르니에 수석대표의 발언에 대해 "EU가 영국의 새로운 관세 제안에 당황해 했다"며 "오는 17~18일 EU 정상회의에 맞춰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존슨의 희망이 위험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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