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홍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회복 전망도 요원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 완차이 지구에서 벌어진 반중국 정부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달리는 시위대. 2019.10.06.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 통신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센트럴, 코즈웨이베이, 카오룽 등 고급 호텔과 대형 쇼핑몰, 레스토랑 등이 몰려 있는 관광 중심지에서 매장들이 문을 일찍 닫거나 문을 열었더라도 손님이 거의 없으며, 공항도 매우 한산하고, 홍콩지하철(MTR)은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시위가 격화되면서 아예 폐쇄됐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홍콩 경제는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경제 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만큼 3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인데, 소비와 금융 중심의 홍콩 경제는 신뢰도 추락에 특히 취약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진단했다.
이처럼 급격한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지난 8월 24억달러(약 2조8699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으나 전문가들은 회복 전망이 어둡다고 관측했다.
픽텟자산관리의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동 첸은 “아무리 강력한 경기부양책도 경제 상황을 즉각 호전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치적 소요가 끝난 후 정부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장기적 계획과 조치를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가운데, 한 반정부 시위자가 저항의 아이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프린스에드워드에 서 있다. 2019.10.06.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위 여파로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여파까지 겹쳐 홍콩 경제가 올 한 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특히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폴 챈 홍콩 재무장관은 지난 8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0~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상당수 이코노미스트들도 홍콩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JP모간체이스는 2009년 이후 최저치인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하강 여파로 홍콩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MSCI 홍콩지수는 지난 4월 고점에서 18% 떨어졌으며, 부동산주와 소비주가 크게 하락했다.
각종 경제지표도 암울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계와 쥬얼리 등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해 지난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3% 감소했으며, 올해 수출은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8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는 약 36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하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국경절 ‘황금 연휴’ 기간인 10월 1~6일 중국 본토의 명품 쇼핑족의 방문이 급감해 관광객 수가 절반 이상 급감했다고 밝혔다.
홍콩은 사스 사태 때에도 경제적 위기에 처했으나 사스가 지나간 후에 기업신뢰도와 관광객 수는 곧 회복됐다.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는 정부와 시위대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속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중심가의 대형 매장부터 가족 단위의 자영업체까지 소매업의 매출이 모조리 깎여나가고 있다. 지난 7월 홍콩 실업률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으며, 향후 수개월 내로 감원과 매장 폐쇄가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쳰 완은 “단기적으로 홍콩 경제의 기둥인 무역, 관광, 금융이 모두 하방 압력을 받아 경기침체가 확실시되고 있다”며 “하지만 더욱 심각한 리스크는 글로벌 비즈니스 및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명성이 추락해 장기적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압 경찰이 고교생에 실탄을 발사한 데 대해 항의하는 홍콩 시위대가 코즈웨이 베이 일대에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2019.10.02.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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