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가방 80% 한국인 손으로 만드는데 대부분 OEM”
“어렵지만 해야할 일…중국 넘어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한국인이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한국인이 만드는 패션·악세서리를 하나로 묶어 내년 말까지 고품질 중저가의 토털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
박원우(65) 중국한국인회 회장은 지난 4일 2019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열린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뉴스핌과 만나 이같은 계획을 소개했다. 중국 내 한인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봉제·패션 분야의 경쟁력을 살려 한국과 중국이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박원우 중국한국인회장이 4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진출 한인 기업들을 모아 브랜드를 만들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재외동포재단] |
박 회장은 “전세계 가방의 80%가 한국인 손으로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옷이나 신발, 모자도 마찬가지인데 불행하게도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브랜드가 없다”며 자라(ZARA)나 유니클로와 같은 SPA 브랜드를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9월 3일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한국인회 회장단 회의에서 이 계획을 공식 제안했고 재중 교포들의 뜻이 모여 내년 말 완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중국한국인회는 현재 브랜드 명칭 등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중국 내 원활한 유통·마케팅을 위해서도 알리바바·텐센트 등 IT 대기업은 물론 대형 백화점 체인을 갖고 있는 푸싱그룹과도 접촉 중이다. 한국의 우수 디자이너가 근무할 디자인센터를 중국에 짓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우선 중국 내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에도 진출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한국인회는 올해 박 회장 취임 이후 중국내 교민 기업가 지원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중국한국인기업가협회’라는 명칭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받았다.
박 회장은 “중국이 1국가 1단체만 허용하는데 대한상공회의소 산하의 ‘중국한국상회’가 있어 우리는 합법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이번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있게 돼서 공식적 활동 근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중국내 경쟁심화, 미중무역전쟁, 한중갈등 등으로 많은 기업인들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로 향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 젊은 기업인들이 새로 중국에 올 때는 기존의 한인사회에 들어가지 않고 중국의 큰 사회에 들어가야 한다”며 중국한국인회가 지난 4월 연 한중 청년기업가포럼을 열어 3억 위안의 투자를 유치한 일을 소개했다.
박 회장은 또 “한중관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년 전에 비하면 이제 많이 풀렸다”며 “오는 12월에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더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박원우 중국한국인회장이 4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에서의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재외동포재단] |
다음은 박원우 중국한국인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중국한국인회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듣고 싶다.
▲지난 9월 3일 칭다오에서 중국한국인회 회장단 100여명이 모여 회의할 때 내가 제안한 사업이 있다. 중국한국인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분야가 봉제업이다. 가방, 모자, 의류, 신발, 벨트 등이 봉제업에 다 포함된다. 이걸 중국에서 한국인 손으로 만들고 있는데 토탈 패션 뷰티 브랜드를 만들자고 했다. 공장을 하나의 단위로 만들고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중국에 데려와서 디자인 센터를 건립할 수 있게 중국 정부와 얘기하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와 같은 IT 대기업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을 위해 푸싱그룹과도 접촉하고 있다.
-왜 브랜드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나.
▲전세계 가방 80%를 한국인 손으로 중국에서 만든다. 옷과 신발, 모자도 비슷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유통된다. 일원화된 토털패션 브랜드를 만들어서 중국 내에서 판매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을 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중국과 우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체계 갖출 수 있다. 어렵고 꿈같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브랜드를 지향하나.
▲한국인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 한국의 우수한 디자인, 중국의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결합해 자라(ZARA)나 유니클로와 같은 SPA 브랜드를 만들겠다. 고품질 중저가 브랜드를 위해 중국한국인기업가협회 밑에 봉제기업가협회·패션악세사리협회를 만들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도 계획을 협의 중이다. 내년 말을 목표로 정했다. 브랜드 명칭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태스크포스(TF)를 형성해서 검토하고 있다.
-최근 중국한국인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중국한국인기업가협회'를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중국 정책이 1국가 1단체만 허가하기 때문에 중국한국인회는 합법적인 공개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의 중국한국상회라는 곳이 먼저 등록했다. 올해 내가 회장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내건 공약이 중국내 합법적인 단체로 등록하겠다는 것이었다. 먼저 한국에서 사단 법인 등록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로 간 이유는 중국 교민 대부분이 제조업·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중소상인이기 때문이다. 사단법인이 되면서 중국에도 최근 법인을 등록해 우리는 명실상부하게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중국에 있던 한인 기업인들이 동남아로 향하고 있다.
▲최대 130만명까지 갔던 중국내 한국 교민들이 8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미중무역갈등, 한중관계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과거에는 중국에 기회가 많았다. 중국 내 한국 사회에 나눠먹을 파이가 충분했다. 이제는 사람이 많아져 상황이 변했다. 앞으로는 젊은이들이 중국에 올 때 중국 내 한국 사회에 오는 게 아닌 중국의 큰 사회로 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을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4일 서울 그랜드워커힐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박원우 중국한국인회 회장. [사진 = 재외동포재단] |
-중국한국인회는 한중 청년들의 교류를 돕고 있다고 들었다.
▲중국한국인회는 한국의 정부가 할 수 없는 일, 민간외교를 하며 한중 교류 기회를 창출해서 교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지난 4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한중 기업가포럼을 열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젊은이들을 현지 80후(빠링후·1980년대 출생)), 90후(지우링후·1990년대 출생)와 합작을 이끌어내는 목적이다. 그 자리에서 3억위안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한중 각각 50명씩 모아 행사를 진행했는데 내년에는 100명씩으로 늘리겠다.
-한인회 활동을 한 계기가 있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했다. 나이 50이 돼서 중국에서 창업했다. 2002년도에 바코드 필름을 생산하는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정저우에서 중국 자본과 합작법인으로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분야 전세계 40%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 한인회 지역회장을 6년 맡은 뒤 제가 속한 12개성의 연합회장을 했다. 작년에는 많은 분들의 추천으로 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됐고 올해 회장 첫 해를 보내고 있다.
-현지에서 느끼는 한중관계는 어떤가.
▲사드 갈등이 고조됐던 2년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솔직히 일반 중국 국민들은 한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의 이미지도 좋다. 사드 때도 일부만 반한감정이 있었지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 12월 중국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조금 더 많이 풀어지지 않을까 한다. 정치적으로 많은 교류가 있어야 한다.
-강인희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회장과 공동의장을 맡아 2019 세계한인회장대회를 진행했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고 상해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이다. 100년을 기준으로 하면 하나의 100년이 흘렀다. 이번 행사에선 재외동포들이 다음 100년에서 대한민국에 어떤 기여를 하고 내외국민 화합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평가한다. 예년에 비해서 참여도도 상당히 높았고 특히 지역별 현안토론이나 우수사례 발표에 참석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
▲750만 재외동포를 재외동포재단이라는 조그마한 곳에서 관리감독하고 있다. 예산도 많지 않다. 재외동포청을 빨리 만들어주면 좋겠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250만명 정도가 해외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 시스템을 개선하면 좋겠다. 중국에는 투표소가 10곳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투표를 위해 1000km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불편함이 많다. 또 교민 3만명이 사는 산동성 웨이하이를 예로 들면 이들은 투표를 위해 칭다오로 가야한다. 이 규모가 한 번에 이동하기는 어렵다. 총선 이전에 인터넷 투표·우편투표 장치를 마련해주거나 투표소를 늘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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