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시 남성보다 낮은 등급 받고 승진 등에서도 불이익
인권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 조치 계획 수립 권고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등급으로 채용하고 단순·반복 업무에만 배치한 것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여성을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한 반도체 기업 KEC에 성차별 해소를 위해 조치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KEC에 근무하는 A씨는 “생산직 근로자 채용 시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하고 채용 후에도 여성 근로자의 승격에 제한을 받는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KEC 측은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는 단순반복 작업이어서 생산직 중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했던 것”이라며 “관리자는 전체 공정의 이해와 함께 설비에 대한 기본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뤄야 하므로 ‘체력이나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겸비한 남성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승격에 유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생산직 남녀 근로자들의 작업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그 책임이나 노력의 정도 또한 실질적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KEC 측이 업무 지식이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남성 근로자에게만 부여한 점은 여성 근로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조치라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남녀 임금격차가 경력단절 뿐 아니라 승진 배제 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성별 고정관념 및 선입견에 기인해 여성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