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에볼라와 천연두, 탄저병 등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러시아의 한 생명공학연구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지역 주민들 사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콩고공화국에서 에볼라 백신 접종받는 남성(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도에 따르면, 16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키 인근 콜트소보시에 위치한 국립 바이러스 및 생명공학 연구소 ‘벡터’(Vector)의 오염제거실 가스통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실험실에 있던 근로자 한 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이 부상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폭발로 인해 건물 유리창도 깨졌지만, 벡터 측은 건물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현지 당국은 생화학 유출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 사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한 주민은 지역 소셜미디어 계정에 HBO의 드라마 ‘체르노빌’을 거론하며 “체르노빌 사태의 진상을 알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당국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위험 물질을 다루는 연구소와 시설에서 잇따라 원인 모를 폭발 사고가 일어나 주민들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군사훈련장에서 시험 중이던 신형 미사일 엔진이 폭발하면서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16배나 치솟았고, 지난 7월에는 핵 잠수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조원 14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숨졌으나 러시아 당국은 사건의 진상에 대해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 라시드 알리모프는 벡터 폭발 사고에 대해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는 국가 시설의 안전 부주의를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벡터는 1974년 설립돼 구 소련의 비밀 생물전 프로그램의 핵심 역할을 하며 위험한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구 소련이 해체된 후에는 조류독감과 에볼라 등의 진단과 치료를 연구하는 곳으로 탈바꿈했으며 미국 애틀랜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더불어 세계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벡터에서는 과거도 인명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1988년에는 마르부르크병 바이러스 실험실 책임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고, 2004년에는 실험실 근로자 한 명이 동물 실험 중 사고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사바늘에 찔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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