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수사 의뢰로 SK이노베이션 본사 압수수색
[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금번 수사를 통해 경쟁사의 위법한 불공정행위가 밝혀져 업계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
LG화학은 17일 경찰의 SK이노베이션 압수수색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
신한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사진=각사] |
LG화학은 지난 5월 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2년간 두 차례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고 올해 1월 대법원 전직금지 가처분 판결이 났음에도 SK이노베이션의 '인력 빼가기'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경찰에서 SK이노베이션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경력 직원 채용 과정에서 악의적인 이력서 양식으로 구체적인 연구 프로젝트명, 참여 인원 이름, 프로젝트 리더 이름, 성취도 등을 작성하게 했다.
또 면접 과정에서 △LG화학의 세부 기술 내용이 기재된 발표자료 △발표자료를 토대로 지원자가 수행했던 주요 프로젝트 내용 등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문 인력 다수가 면접관으로 참석해 이러한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LG화학 시스템에 접속해 수 백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하고 다운로드 및 프린트 한 것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또 LG화학 출신 지원자에 한해 SK그룹에서 운영하는 워커힐 호텔에서 면접을 진행하거나 면접 시간을 저녁이나 주말로 배정해 LG화학이 알아채지 못하게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전직자가 이직 전 사내 메신저를 통해 동료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LG화학에 따르면 전직자 A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하는 거 다 따라 하려고 하는데", "나랑 (SK이노베이션의) 선행개발에 가서 여기(LG화학) 적용된 거 소개시켜주면서 2~3년 꿀 빨다가" 등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LG화학은 전직자 A가 이직 후에도 지인들에 지속적으로 연락해 LG화학의 구체적인 기술 내용에 대해 질문을 시도했다는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선도업체인 당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이며 공정 시장 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려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 5월 LG화학이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법인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dot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