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広人) 닛산자동차 사장이 16일 보수 부당수령 의혹으로 사임한다. 다만 이사진에는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사회 내에서 닛산과 르노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닛산은 오는 10월까지 후임 사장 인선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닛산 사내 임원 3명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새로 취임할 대표는 르노와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본관계의 (불균형) 수정을 진행하기 위한 협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닛산 이사회는 지난 9일 사이카와 사장에게 사장과 CEO직 사임을 요구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닛산 이사직책에 대해서는 "본인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향이다. 사이카와 사장도 이사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은 "이사회의 파워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사이카와 사장을 이사로 남겨두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닛산의 이사는 총 11명으로 7명의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닛산과 르노 출신자는 각각 2명이다.
닛산은 지난 4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곤 전 회장의 해임과 동시에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의 이사선임을 결정했다.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선 티에리 볼러레 르노 CEO가 닛산 이사에 앉았다. 사이카와 사장이 이사에서 물러날 경우 닛산 측은 야마우치 야스히로(山内康裕) 최고집행책임자(COO)만 남게 된다.
닛산은 기업 규모에서는 르노를 앞서지만 자본관계에서는 사실 상 르노 산하에 있다. 신문은 "새로운 닛산 사장은 르노와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본 관계를 수정하는 교섭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후임 사장, 닛산 출신 임원 3명 유력 후보
닛산은 오는 10월 말까지 후임 사장 인선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외 이사를 중심으로 만든 지명위원회에서 인선을 진행한다. 현재 후보자 리스트에는 약 10명이 올라가있다.
지난 9일 도요타 마사카즈(豊田正和) 지명위원회 위원장은 "닛산 사내외의 인재를 후보자로 한다"고 밝혔다. 닛산 출신과 르노 출신도 포함돼있으며 여성은 물론 외국인도 포함돼있다. 도요타 위원장은 필요한 자질로는 리더십과 자동차업계에 대한 이해, 르노와 닛산 기업연합에 대한 이해 등을 들었다.
관건은 내부 발탁 여부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세키 준(関潤) 전무이다. 닛산은 중국 시장에서 일본계 제조사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세키 전무는 중국사업의 책임자를 맡아 실적을 쌓아왔다. 지난 5월부터는 '퍼포먼스 리커버리 담당'을 맡고 있다.
사이카와 사장을 대신해 잠정 CEO를 맡고 있는 야마우치 COO가 계속해서 CEO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제조 전반을 총괄하며 사이카와 사장을 보좌해왔다. 도요타 위원장은 10월 말 이후에도 야마우치 COO가 수장을 맡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야마우치 COO는 사이카와 사장과 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세대교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나이 차다.
세키 전무의 후임으로 중국사업 책임자를 맡고 있는 우치다 마코토(内田誠) 전무의 이름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곤 전 회장과 함께 일을 해왔던 닛산 간부들이 수장을 맡는 게 적절하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산케이신문 취재에서 "(내부 발탁으로는) 닛산이 바뀌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외부 인사를 초빙할 경우 문턱을 어느 정도로 높일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자동차업계에 대한 이해를 엄격하게 요구할 경우, 다른 업종에서 실적을 올려왔던 '전문 경영인'을 후보에 포함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1개월 반 남짓한 짧은 선정기간도 발목을 잡는다. 한 닛산 관계자는 "경영자로 우수한 인재는 이미 3~4년 뒤까지 거취가 결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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