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강간치사, 검찰은 준강제추행 혐의 적용
“피해자 사망은 범행 후 정황”…징역 6년 확정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만취한 부하 직원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추행을 시도하려다 이를 피하려던 피해자가 건물에서 떨어져 숨지게 만든 40대 남성이 권고형량보다 무거운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 모(42)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추행할 의도로 만취 상태의 피해자를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가 침실에서 추행했다”며 “피해자가 침실을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와 추행 범행이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직장 상사로서 피해자를 보호·감독할 지위에 있음에도 피해자가 만취 상태가 되는데 기여했고 그 상태를 의도적으로 이용해 추행했다”며 “성범죄 양형기준은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경우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을 구분하지 않고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특별가중요소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가 허용된다”며 “하지만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11월7일 새벽 직장 동료들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부하 직원 A(29) 씨와 단둘이 남게 되자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침실에서 추행을 시도했다.
A 씨는 여러 차례 거실로 빠져나갔지만 이 씨가 계속 침실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자 이 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 다용도실로 넘어가 창문을 통해 빠져나가려다 8층 높이 베란다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이 씨에게 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인과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준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이에 ‘강간치사냐, 준강제추행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이 씨에게 준강제추행 권고형량(징역 1년6월~4년6월)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을 엄벌에 처하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으로 동행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고, 추행 이후에도 피해자가 여러 차례 거실로 나왔다”면서 “피고인이 이를 제지해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베란다 창문 쪽으로 나가는 간접적 원인이 됐다”며 이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도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참담한 일이 벌어진 점, 준강제추행죄의 법률상 처단형은 징역 15년 이하인 점 등을 고려하면 권고형량을 상회한 형을 선고한 원심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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