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특허법 제132조 개정…증거제출 대상 서류→자료 확대
전문가 "자료 제출 기준 불분명…보수적 적용 가능성 매우 높아"
"모든 민사소송에도 적용 가능한 ‘증거개시 제도’ 도입해야"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탈취 관련 소송이 대부분 미국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기술 유출 위험도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우리도 소송의 쟁점을 공개하는 방식의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에서 규정한다. 이는 재판 전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일종의 증거 제시 제도이다. 이 제도는 기업이나 국가기관,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 개인인 원고의 증거 확보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6년 개정된 특허법 제132조가 기존 증거제출 대상을 '서류'에서 '자료'로 확대하는 등의 특징을 갖추었지만, 전문가들은 그 범위와 기준이 한정적이어서 새로운 보완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특허법 증거 자료 제출 명령, 적용 대상과 범위 한정적"
경기도 기술보호데스크 [사진=경기도] |
김민주 로펌 이든 변호사는 지난 11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특허법 제132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식재산권 전담부는 자료 제출 명령제도 도입 이후 피고가 법원의 제출 명령에 응하는 성실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며, "법원에 제출명령 불응 시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실무운영에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특허법상에도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와 유사한 법 조항이 있긴 하지만, 적용 대상이나 범위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정욱 정의로운지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정된 특허법 제132조는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 대신에 도입되는 제도라 실무가들 입장에서는 확대해서 적용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한계가 나타났다"며 "특허법상의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특허 소송 넘어 민사소송 상생법 등까지 적용되도록 해야
앞서 김민주 변호사도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는 특허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소송, 상생법 등 중소기업 관련 모든 법에 적용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변론 절차 전 변론에서 필요한 증거를 당사자가 수집할 수 있어 효과적인 권리 구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기술 유출 관련 소송에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민주 변호사는 "국내 핵심 기술이 반도체인데, 관련 기술로 소송을 하게 된다면 디스커버리 제도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소송할 수 밖에 없다"며, "소송이 많아질수록 관련 기술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국가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야 국가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적어지고, 실질적 권리구제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한국 사법제도의 신뢰도 향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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